[해외토픽]

 사망자 매년 급증, 장례식장·화장터등 모자라 긴 줄
'냉동창고 넣어두면 불효'일본인 효심노린 틈새시장
 차례될때까지 호텔서 시신 보관, 최근 20여개 오픈

 일본 요코하마시에 있는 호텔 '라스텔(LASTEL)'. 지난 13일 찾은 이 호텔의 한 객실에 들어서자 향(香)불내가 코끝을 찔렀다. 쥐죽은 듯 조용한 객실엔 한쪽에 있어야 할 침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가로 2m, 세로 1.5m 크기의 유리로 된 냉장 시설이 눈에 띄었다. 3.3도로 유지되는 냉장 시설 안에는 일주일 전 사망한 70대 여성 망자(亡者)의 시신을 모신 관이 놓여 있었다. 망자의 큰아들인 나오히코 요코타씨와 그의 아내는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망자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나오히코씨는 "화장터에 가기 전까지 매일 이곳에서 어머니를 뵙고 있다"고 말했다.

 ◇시신들 화장터행 정체 현상

 일본에서 사망자들이 묵는 호텔이 성업중이라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타이(遺體·시신) 호텔'이라고 부르는 이런 곳이 20여개 들어섰다. 이름은 호텔이지만 숙박 허가를 받지 못해 망자 말고는 자고 갈 수는 없다.

 산 사람 대신 죽은 사람을 고객으로 받는다. 라스텔에는 이런 객실이 총 27개가 있는데, 이날만 20명의 망자가 새로 '체크인'을 하고 15명의 망자가 '체크 아웃'을 했다. 나나 니고 관리부장은 "최근 5년간 4000명 넘는 망자가 이곳을 다녀갔다"고 전했다. 지난해 객실 이용률이 80%를 넘었고, 최근 한 달간 100구의 시신이 들어왔다.

 시신 호텔들이 생겨난 이유는 초고령화로 급격히 늘어난 사망자들을 화장터들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쿄에서는 20년 전보다 하루에 60명(240명→300명)이 더 사망하고 있지만, 도내 화장터는 주민 반대로 늘어나지 못해 여전히 26곳뿐이다. 시신들의 화장터행(行)에 '정체'가 생긴 것이다. 이런 '틈새'를 시신 호텔들이 파고들었다.

 지금은 시신 호텔을 찾지 않으면 장례식장에 설치된 냉동 창고에 열흘 넘게 시신을 넣어둬야 한다. 일본인들은 이를 불효(不孝)로 생각한다. 그래서 시신 호텔에서 빈방 찾기가 어렵다.

 ◇매년 사망자 급증

 이는 초(超)고령 사회가 된 지 10년이 넘어 '다사(多死) 사회'로 변한 일본의 단면이다. 하지만 시신 호텔을 포함한 일본의 '죽음 산업'은 이런 흐름 속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수는 캐나다 전체 인구(3660만명)와 맞먹는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일본 인구가 1억2671만명인데, 그중 65세 이상 인구가 3514만명(일본 총무성)이다. 인구 10명 중 3명(고령화율 27.7%)이 노인인 셈이다. 일본은 지난 2005년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뒤로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2006년 109만명이었던 사망자 수가 작년에는 130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20% 늘어난 셈이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일본 어느 장례식장 시신 보관소에 가도 화장터행을 기다리는 시신들로 꽉꽉 차 있다"고 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년 뒤에는 한 해 사망자가 167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가고시마현 주민 170만명에 버금가는 인구가 한 해 동안 사망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