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불구 한인 은행 달력'귀하신 몸', 대부분 배부 1~2주일만에 소진 곳곳서 실랑이

[뉴스포커스]

은행
비고객인데 무작정 달라거나, 매일 와서 타가는 고객도
수량 줄이는 추세 매년 부족현상 "전쟁아닌 전쟁" 호소

고객
다른 업소보다 세련된 디자인 등으로 특히 노년층에 인기
"사정해야 겨우 하나 받을까말까…나눠줄 바엔 기분좋게"

모바일 기기 이용이 늘어 종이 달력 인기가 예전보다 시들해졌다고는 하나 연말이면 종이 달력 하나쯤 받아보고 싶은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은행 달력을 집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때문인지는 몰라도 은행 달력의 인기는 여전하다.

최근 들어선 제작 수량을 줄이거나 아예 달력을 만들지 않는 곳이 늘어 '귀하신 몸'이 된 은행 달력 때문에 은행 직원과 고객 간에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새해 달력이 배포되는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중순까지 은행 달력을 구하려는 고객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평소 한산했던 모습의 은행 지점들은 때아닌 북새통을 이룬다.

▶일부 지점은 3일만에 동나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은행 전 지점에 배포된 새해 달력은 배부 1~2주만에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일부 지점의 경우는 3일도 되지 않아 동나기도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소폭이지만 올해 더 많은 양의 달력을 준비했지만 달력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많아 올해도 준비한 달력이 모두 일찍 소진됐다"며 "달력 배포 시기가 되면 은행 고객뿐만 아니라 지점을 방문해 무작정 달력을 달라는 비고객 한인들도 많은데, 은행의 이미지상 어쩔 수 없이 달력을 내어줄 수밖에 없어 매년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 측에서도 제작 수량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올해 제작 규모를 늘렸지만 매년 달력 조기 소진 상황은 똑같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은행 직원들은 친분이 있는 지인들과 고객들로부터 '달력을 구해 달라'는 부탁에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은행, 달력 인심 박하다"

반면 한인들 사이에선 달력이 흔했던 시절과 달리 요즘들어 달력 인심이 박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LA에 거주하는 60대 한인 김모씨는 "예전같으면 집에서 우편으로 새해 은행달력을 받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은행에 가서 사정사정해야 겨우 하나 받을까 말까 한다"면서 "똑같은 은행 고객이어도 누구는 두개를 받는 반면 여러 지점을 돌아도 하나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은행 달력이 '귀하신 몸'이 된 건 최근 타운내 달력 제작 업체수가 감소한 것도 한몫을 했다. 과거에는 교회나 홍보를 목적으로 여러 한인업체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달력이 많았지만 경기가 좋지 않고 스마트폰 시대에 종이 달력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줄어 달력 제작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제작을 하지 않는 업체들이 늘어난 것이다.

타운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스마트폰 이용률이 커져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종이달력이 예전만큼 필요가 없어졌지만 연말이 되면 무료로 달력을 제공하고 정을 나누던때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