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요즘 한국에서는 검찰 내 성추행 폭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그중에 흥미있는 일이 하나 벌어지고 있다. 고발자인 현직 여성 검사가 가해자라고 지목한 전 검사의 신앙 간증을 보고 폭로를 결심했다는 데서 시작된다.

한국판 '미투(MeToo)'의 주인공은 지난 26일 한국 검찰청 내부전산망(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다. 서 검사에 따르면 2010년 10월30일 동기의 부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소속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서 검사는 이런 성추행을 당하고도 검찰 조직에 누가 될까봐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성추행 이후에 사무 감사 지적을 받고서,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 통영지청 발령을 받는 등 부당한 인사 보복을 당했다. 서 검사는 "검찰 내 성추행뿐만이 아니라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폭로하며 "피해 여성은 '꽃뱀' 취급까지 당한다"고 폭로했다.

서지현 검사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공개하게 된 계기로 성추행 가해자인 안태근 전 검사의 '간증'을 언급했다. 간증은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로 기독교 용어이다.

안 전 검사는 지난해 한국 온누리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뒤 자신의 삶과 종교에 귀의한 배경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간증 말미에 울먹이며 "그동안 제 힘으로 성취했다고 생각한 교만에 대해 회개하니 저희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의 거룩한 사랑이 느껴졌다"며 "믿음 없이 교만하게 살아온 죄 많은 저에게 이처럼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해주신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고 말했다.

안 전 검사의 회개와 간증과는 별개로 성추행사건과 관련해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면 하나님에게 과거의 잘못을 회개하면 모든 것을 용서 받은 것일까?

사실 많은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회개했다는 이유로 과거 잘못을 한번에 '퉁'치는 일들이 빈번하다.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회개를 통한 구원과 용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회개가 마치 '천국 가는 보험'이 될 수는 없다.

회개는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꿔 자신과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 삶의 가치와 세계관을 반성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일 터.

용서는 철저하고 구체적인 자기 반성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에게 죄 고백을 통한 용서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변화된 삶의 표징이고 증거이기 때문이리라.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는 성경 말씀도 있지 않은가.

서지현 검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 회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