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내 성추행 갈등'문제 호소할 곳 전무…LA기윤실, 피해 제보 접수 준비작업 착수

[이슈진단]

"덮어버리거나, 교회 옮기는등 갈등 회피 비일비재"
빠르면 내달부터 사례 접수…목사회는 세미나 개최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말한다) 바람에 LA 한인 교계도 긴장하고 있다.

남가주 한인여성 10명 중 6명이 성희롱이나 성추행 경험<본보 3월12일자 보도>을 갖고 있지만 피해 사례를 알리고 해결할 마땅한 곳이 없어 한인 여성들의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있는 가운데 일부 교계 단체를 중심으로 '미투' 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20대 이상 한인 여성 104명을 대상으로 '한인사회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언어적인 성희롱이나 신체접촉과 같은 성추행 피해를 1번 이상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가해자들이 교회나 성당 등 종교 기관을 비롯한 단체나 모임의 지인들이라는 점이다.

설문 조사 결과 종교 기관의 교인이나 단체의 지인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이 38.7%에 달했다.

교인이나 지인들이 가해자이다 보니 피해 여성들은 성추행 등의 피해를 당하더라도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구조다.

교회는 생존권을 두고 투쟁해야 하는 직장과는 달리 신앙에 따른 자발적 결사체이다. 따라서 교회 구성원들의 관계가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다보니 성문제에 따른 갈등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덮어 버리거나, 피해자가 교회를 떠남으로써 갈등을 회피하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피해 여성의 실명이 알려지게 되면 2차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보니 문제를 삼지 않고 덮어 두는 경향이 일반화되고 말았다.

교회에서 미투 운동이 활성화하기 어렵고 성문제 해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근거다.

한인 교계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이 만연한 상태지만 많은 한인 여성들이 피해를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보니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교계 일각에서 '미투'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LA기윤실)이다. LA기윤실은 성폭력 피해 제보를 받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A기윤실은 교회 내에서 청산해야 할 범죄로 재정 및 인사권의 전횡과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현황 파악을 위한 피해 사례와 제보를 받을 계획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시행 계획 검토는 끝난 상태로 이번 달 말 열릴 이사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르면 4월부터 성문제 제보와 피해 사례 수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A기윤실 조주현 간사는 "교계 내에서도 성폭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먼저 성폭력 피해 사례를 파악하는 일에 LA기윤실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가주한인목사회(회장 샘신 목사)는 '미투'가 한인 교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세미나를 4월 중에 개최할 예정이다. 성폭력의 성경적, 신학적 의미를 점검하고 '미투'운동에 대해 교회와 목회자들의 지향점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