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로 전화 대화했다고, 배기 바지 었입다고…
 

[뉴스분석]

'억울한'승객 기내 축출 잇따라…기내 서비스보다 승객 감시 치중

 미국 항공사들이'위험한'승객을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리도록 하는 안전조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24일 LA타임스(LAT)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항공사의 기내 안전 조치 권한은 항공사와 승객 간 운송계약(Contract of carriage)에 명시돼있으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폭 강화돼왔다. 
 문제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보다는 잠재적 위험 승객을 색출해내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 6일 이라크 출신 무슬림 대학생이 기내에서 아랍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내에서 강제 축출돼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은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UC버클리 4학년인 카이룰딘 마크주미(26)는 LA공항에서 오클랜드발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탑승했다가 이라크에 사는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아랍어로 대화했다가 강제로 기내서 내려지게 됐다.

 앞좌석 승객이 그를 테러리스트로 의심해 항공사 승무원들에게 알렸고, 승무원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마크주미는 FBI까지 동원된 조사에서 무혐의로 풀려났다.

 지난 3월에는 제트블루 항공에 탑승했던 무슬림 여성 2명이 승무원들을 응시했다는 이유로 기내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항공사 측은 이 여성들이 승무원을 계속 쳐다봤다는 기내 감시화면을 증거로 내세웠다.

 앞서 2011년에는 록밴드 그린데이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은 배기바지 때문에 사우스웨스트 항공기에서 강제 축출됐다. 배기바지를 추켜 입으라는 승무원의 지시를 거부하고 욕설을 했다는 게 강제로 기내에서 쫓겨난 사유다.

 이 같은 항공사의 기내 안전 조치 권한 남용은 모호한 운송계약에서 비롯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운송계약에 명시된 금지된 승객 행위가 매우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운송계약에 적시된 금지된 승객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는 '무질서한'(disorderly), '공격적인'(offensive), '폭력적인'(abusive), '위협적인'(intimidating)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