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앞둔 학생들 필수코스 된 '두뇌 활성화 주사'…포도당 성분 2배 넘어 1회 6만~12만원

"시험 성적 1점이라도 더" 중·고등학생들까지 

뇌 혈류 순환 좋아진다지만 의학적 근거 없어

 서울 서초구에 사는 초등학생 유모(8)군은 작년 9월 '전국 초등수학 창의 사고력 대회'를 앞두고 어머니 신모(40)씨 손에 이끌려 종로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을 찾았다. 병원은 신씨에게 "대회 3일 전부터 매일 한 번씩 아이에게 '집중력 강화 주사'를 놔주면 뇌 혈류 순환이 좋아져 맑은 정신으로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며 수액 주사를 권했다. 유군은 한 번에 8만원씩 3일간 '집중력 주사'를 맞고 시험을 치렀다. 신씨는 "주사 맞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머리가 좋아지는 주사'라며 맞게 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이후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맞히고 있다"고 했다.

 자녀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학부모들을 겨냥해 병원들이 앞다퉈 '두뇌 활성 주사'라고 하는 수액 주사를 내놓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입시 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2000년대까지는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떨어진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포도당 성분 수액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 "요즘은 경시 대회를 앞둔 초등학생부터 중간·기말고사를 앞둔 중·고등학생까지 시험 성적을 '1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두뇌 활성 주사'를 맞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대치동 학원가 주변의 가정의학과와 내과, 이비인후과 등 개인 병원 10곳을 조사한 결과, 7곳이 '두뇌 활성 주사'나 '집중력 강화 주사'라는 이름의 수액 주사를 놔주고 있었다. 비용은 1회당 6만~12만원으로, 포도당 성분의 수액(3만~5만원)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두뇌 활성 주사'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많다. 두뇌 활성 주사의 주성분은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은행잎 추출물 '진코민'과 여러 가지 비타민 성분이다. 하지만 성분 대부분이 소변으로 배출되고, 몸에 흡수되더라도 효과가 몇 시간을 넘기기 어렵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덕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액으로 특정 성분을 주입한다고 해서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며 "'플라세보 효과(가짜 약을 투약했을 때도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