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 위기, '인천 신항' 운항에도 직격탄


[뉴스진단]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한진해운도 구조조정시 개발 요원


 한진해운 등 글로벌 선사의 위기가 인천 신항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미주노선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한진해운은 25일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등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부실사업이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 초기 투자비용이 큰 사업 등을 정리하게 되면 최근 개장한 인천 신항에도 큰 여파가 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8일 개장한 인천 신항 한진컨테이너터미널(HJIT)은 현재 3개 항로 중 2개 항로를 한진해운이 타 선사와 공동운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진해운이 미주노선이나 유럽노선 등 대형노선을 신설해 인천 신항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미주노선 등은 초기 물동량이 많지 않아 꾸준히 물동량 유치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한진해운이 사업이나 노선 구조조정을 한다면 미주노선 개발은 요원하다. 

 인천 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SNCT)을 이용하는 현대상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일보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은 현대상선 측은 현재 운영하는 미주노선에 대해 이른 시일 내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인천항 44개 선사 중 유일하게 미주노선을 운영하는 곳이다. 지난해 6월 SNCT 개장과 함께 미주노선을 개설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수익이 높은 노선은 아니다. 현대상선도 장기투자 관점으로 SNCT에 미주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 글로벌 선사가 합병되거나 채권단 자율협약 무산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은 노선이 상당수 겹치기 때문에 합병 시너지 효과 보다는 노선 축소나 물동량 감소 가능성이 높다. 또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시점에서 법정관리로 말미암아 동맹에서 퇴출당하면 국내 물류 전 분야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적선사가 없으면 인천항 등으로 오던 환적화물이 줄고 대형선박 유치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천항 물동량 중 중소형 선사의 비중이 높아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영난 여파가 당장 인천항 물동량 감소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총 사업비 5조 4천억 원을 들여 조성하는 인천 신항이 제역할을 하려면 미주·유럽 노선 개설은 필수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천 신항이 미주·유럽노선이나 대형선박 없이 단순히 인천 남항이나 내항 물동량을 재배치하는 기능에 그친다면 인천 신항은 실패작과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