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서 심경 밝혀
"화투 일부 작품에 조수 참여…도의적 책임 느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이 17일 자신의 '대작'(代作)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용산구 모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100% 저의 창의력이다"라며 "간헐적으로 일부 화투 작품에서 그분이 조수로 참여했지만 모두 저의 창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조영남은 속초의 한 무명 화가인 A씨가 2009년부터 8년간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렸다고 주장한 사실이 16일 알려지며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 논란에 휘말린 뒤 언론과 처음 만난 조영남은 "인정할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잡겠다"며 "이런 논란이 인데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인해 "앞으로 조수를 기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다음은 조영남과의 일문일답

-- 대작 의혹에 휘말렸는데 심정은.

▲ 억울하다기 보다 '이게 무슨 일인가' 놀랐다. 순진하기 그지 없는 친구이고 한번도 어떤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이유를 모르겠다.

-- 이미지 타격이 심한데.

▲ 내가 이런 주목을 받을 정도가 됐는지 몰랐다. 얼마 전 TV에서 쎄시봉의 윤형주가 김세환과 이장희한테는 왜 작품을 주고 자기한테 안 주냐고 해서 내가 너무 기뻤다. '시크'한 윤형주 입에서 그림을 갖고 싶다고 하니 '내가 그림으로 성공했구나' 싶었다. 그게 얼마 안 되는데 이 사건이 나면서 '미술로 이렇게 큰 스캔들이 나다니, 내가 그 정도가 됐나' 싶었다.

-- A씨는 8년간 300여점을 그렸다고 주장하는데.

▲ 터무니 없는 수치다. 6개월에 한번씩 전시를 열 때 대중이 좋아한 일부 화투 작품을 여러 개 제작하면서 그때마다 조수로 참여했다. 내가 비슷한 패턴의 작품을 여러 개 작업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주로 혼자 작업하는데 바쁠 때는 조수를 기용했고 그런 사람이 3~4명 있다.

-- A씨와는 어떻게 작업했나.

▲ 내가 원작을 그리고 A씨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어떨 땐 밑그림을 그려 오라 하고, 어떨 때는 채색을 하라고 했다. 채색이 가능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으니. 여러 일을 그때 그때 다르게 시켰다.

-- A씨는 어떤 작품의 99%를 그렸다고도 했다.

▲ 99%란 수치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시킨대로 내 작품을 보고 A씨가 한 작품에서 90%를 그렸다는 건 일리있는 이야기다. 내가 그리기 어려운 걸 숙제 내주니까 그런 거겠지. 내가 바둑판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도 A씨의 참여도가 꽤 높았다. 그러나 모든 작품 구상은 100% 내 창작이다. A씨도 나와 작업하며 자신이 창작하진 않았다고 언론에 밝혔더라.

-- A씨와 함께 작업한 계기는.

▲ 내가 뉴욕에 있을 때 만났으니 7~8년 된다. 그 친구가 그림 그리는 걸 알고 친하게 지냈다. 이후 한국에 왔다고 전화가 왔고 형편이 안 좋다고 하면서 재료값만 주면 조수로 일하겠다고 했다. '그럼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했다. 5~6년 전부터 드문 드문 그 역할을 했는데 같이 일한 것은 몇번 되지 않는다.

-- 작품당 10만원 씩 줬다는데.

▲ 금액은 불규칙했다. 그런데 그림을 그려와서 돈을 주면 작다고도 안 했다. 재료를 그 사람이 원하는대로 사도록 했으니 재료값을 받아갔다.

-- 지난 3월 전시에서 A씨가 참여한 작품은.

▲ 50점 중 A씨가 17점에 참여했고 그중 6~7점을 전시했는데 이 작품들은 안 팔렸다. 이 전시에서는 총 3점이 판매됐고 갤러리로부터 받은 금액은 모두 620여 만원이다. 수천만원이 아니다. 검찰에도 자료를 제출했다.

-- 관행이라고 말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 내가 말한 관행이란 여러 유명 미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조수를 써 작업한다는 의미였다. 남이 그린 작품을 판다는 게 관행이란 뜻이 아니다. 보통 갤러리가 그림 전시를 제안하고 갤러리가 그림을 파는 게 일반적인 형태이다. 그런 부분에서 분명한 건 내가 특정한 사람을 조직적으로 고용해 그 사람이 그리게 하고 불법 수익을 창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고 사기죄를 적용한다는데.

▲ 사기가 아니다. 검찰에 자료를 제출했고 충실하게 임할 생각이다. 내가 법적으로 사기를 쳤다면 벌을 받지 않겠나. 만약 조수가 참여한 작품을 산 사람이 문제 제기를 한다면 응당한 조치와 보상도 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조수를 기용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할 것이다.

-- 전시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나.

▲ 갤러리와 논의 중이다.

-- 라디오 DJ 활동은 언제부터 재개할 것인가.

▲ 지금은 이 논란 때문에 참여하기 어렵다. 추후 제작진과 논의하겠다.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