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업소서 수금·"지역 '오야붕'도 있어"…최근엔 중국·동남아행 증가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일본 조직폭력단 '야쿠자'에 속한 한국인 조직원이 상대 조직 한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최근 우리 경찰에 구속되면서 일본 내 한국인 야쿠자의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야쿠자 조직은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한국인이 일본에 건너가 야쿠자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일반에는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쿠자 활동을 하는 한국인이 소수가 아니며 일본 전역에 수백 명은 될 것이라는 전직 한국인 조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이나가와카이(稻川會)와 함께 일본 3대 야쿠자 조직인 스미요시카이(住吉會)에서 한때 활동한 A씨는 2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같이 전하며 "한국인이 야쿠자 조직의 지역 오야붕까지 오른 사례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한국인 야쿠자는 일본의 대중 도박장인 '빠찡꼬'나 마사지 업소 중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면도값'이라 부르는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일을 주로 맡는다.

일본인 야쿠자가 민족 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서인지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직접 수금하지 않고 동족에게 맡긴다는 설명이다.

야쿠자에서 자리를 잡은 한국인이 밑에 두고 부릴 '동생'들을 한국에서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인보다 한국인끼리 활동하는 것이 말이 잘 통하고 익숙해서다.

상대 조직 한국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최근 경찰에 구속된 유모(38)씨는 대전에서 조직폭력배로 있다가 빠찡꼬 관련 일을 하려고 2005년 일본으로 건너간 사례다.

유씨 사건 피해자 B씨는 주로 한국인들로 이뤄진 야쿠자 지역 조직에서 활동했다. 이 조직의 '2인자'는 현지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한국인을 살해하도록 부하들에게 지시한 혐의(살인교사)로 2008년 재판을 받았으나 부하의 진술 번복으로 무죄가 선고된 이모(47)씨로 조사됐다.

이씨가 자리를 잡고서 조직 내에 한국인들을 불러모아 세를 확장한 모양새다.

이 밖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 사업을 벌이는 야쿠자도 있다. 드물게는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수배되면서 일본에 밀입국해 활동하는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 내에 한국인 야쿠자가 상당하지만, 우리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단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라 수사권이 없는 데다,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한국인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려고 일본 경시청에 조직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일본 야쿠자는 국내 폭력조직과 달리 합법 단체를 가장하기 때문에 경시청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법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폭력조직을 구성(조직·창설)하는 것만으로도 최소 2년 이상, 수괴의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은 조직을 구성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은 야쿠자끼리 벌인 강력·폭력 사건은 피해자 고소가 없으면 수사하지 않는 관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내 한국인 야쿠자들끼리 벌인 '전쟁'에서 희생자가 나와도 우리 수사기관이 알기가 어려운 이유다. 일종의 범죄 사각지대인 셈이다.

구속된 유씨도 일본에서는 여권을 위조해 불법체류한 혐의 등으로만 재판을 받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한국 경찰이 첩보를 수사해 송환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살인미수 혐의로는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야쿠자 수가 더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카지노 관련 일을 하러 일본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건너가는 조직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중국이나 동남아가 일본보다 치안이 좋지 않고 물가가 낮아 조직원으로 활동할 때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