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닌가?"

안희정이어 정봉주, 민병두 까지 성추행 의혹 잇따라
"보수세력 궤멸 자신감" 퇴색…원내 1당 지위 잃을라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여파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삼킬 태세다. 여권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민주당이 절대 유리할 것이라던 6·13지방선거 구도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를 한창 진행하던 3선의 민병두 의원을 상대로 한 성추행 의혹이 터졌다. 민 의원은 의혹 제기 1시간여 만에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첫 미투 폭로였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전현희 의원의 불출마,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문으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열기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원내 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121석인 민주당은 2당인 한국당(116석)과 불과 5석 차이다. 민 의원이 사퇴하면 4석 차이로 줄어든다. 이에따라 민주당 고위층은 민 의원을 만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며 사퇴를 만류했다.

그나마 부산시장 출마를 조율했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불출마 의사를 밝혀, 김 장관이 출마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했던 만큼 민주당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초대형 호재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을 '궤멸'시킬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오곤 했으나 잇따라 미투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서울시장 결선투표 등 흥행 이벤트를 주로 구상했던 선거 전략도 상당 부분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10년, 11년 전 일이 말과 주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솔직히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이후 위축됐던 보수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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