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0여 명만 출근해 잔무·취업 모색 "살아갈 일 캄캄"
오식도동 상가 건물 폐업 속출…"세금 혜택 등 지원 절실"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한국GM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쇄를 결정한 지 한 달째인 13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군산공장 앞은 적막하기만 했다.

폐쇄 발표 전까지만 해도 직원 출근 차량과 통근버스로 번잡하던 곳이었나 싶을 정도다.

한 시간에 한 번이나 될 정도로 이따금 열리는 정문 출입문과 철제 바리케이드를 경비직원 한 명만이 지키며 오가는 사람을 경계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차량으로 넘치던 3천㎡ 규모 외부인주차장에는 50여 대 차량만이 세워져 있었다.

공장 측은 '폐쇄 발표와 희망퇴직자가 확정되면서 2천여 명이 일하던 공장에 100명 정도가 나와 잔무나 업무 마무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산 시내는 물론 전주, 익산까지 운행하던 36대의 출퇴근 차량도 5대로 줄었다고 공장 관계자가 전했다.

공장 관계자는 "출근자들은 업무 마무리를 하거나 놀기가 뭐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서로 취업 정보를 교환하거나 각자 살길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매우 무거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 생산직 직원은 다른 직장을 찾기도 했지만, 사무직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무직 직원은 "폐쇄 발표 때는 '예견된 일이다'며 애써 실망감을 감췄지만, 희망퇴직 확정 메시지를 받은 후에는 '살아갈 날이 캄캄하다'는 비관적인 현실에 눈물이 절로 난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라는 '강력한 연타'를 맞은 군산경제는 속절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군산공장과 3㎞쯤 떨어진 오식도동은 2010년 군산조선소가 본격 가동되고 GM 군산공장이 호황일 때 누렸던 전성기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상가와 원룸, 상업시설 곳곳에 임대, 매매 문구가 붙어있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오식도 원룸협회 이봉구 회장은 "전체 510여 채 원룸 가운데 75%가량이 비었고 공실이 계속 늘고 있다"며 "3년 전 30만∼40만원이던 임대료가 이제는 20만원 후반대에서 형성된다"며 설명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난해 군산조선소 중단을 전후해 거래량과 임대료도 크게 떨어졌는데, 하루 한 건이나 계약이 성사될까 말까다"며 "급매 원룸이 나오는데 예전에 5억원이던 건물이 3억원 남짓에 거래되기도 한다"며 한숨을 지었다.

인파 왕래가 가장 잦은 길거리 한 건물은 가게 7곳 가운데 4곳이 비었고, 이중 2곳은 1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GM 부품업체 직원과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이용했다는 길 건너편 식당은 손님이 줄고 밥 배달마저 끊기자 자진 폐업했고, 옆 작은 술집도 엊그제 임대 계약이 만료된 뒤 스스로 문을 닫았다.

이날 정오께 좌석 30여 석 가운데 네 좌석만 손님이 자리한 오식도동 한 식당 주인은 "장사가 안돼 어려운데 나쁜 장면이 나가면 더 안 된다"며 사진촬영을 못 하게 했다.

군산지역 상가협의회 관계자는 "군산 특히 오식도동 경기는 최악"이라며 "정부가 고사 직전인 지역경제와 상인 살길 마련을 위해 세금혜택과 각종 지원을 해주거나, 임대 나온 건물이나 원룸을 매입해 차후에 활용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군산시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공장 직원 2천 명 정도가 5월까지 실직하고, 부품·납품 협력업체 140여 곳 1만2천여 명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군산시 관계자는 "폐쇄 결정 한 달이 되면서 실직, 경제침체, 지역경제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가족까지 합하면 피해 규모가 5만 명을 넘는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 가동 중단 때보다 몇 배 더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폐쇄 철회가 가장 정확한 답"이라면서도 "실직자, 근로자, 직원, 가족,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이고 시급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k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