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한국과 미국 사회 각계 불어닥친 '미투'바람, 한인 교계도 '조심 조심'
교회도 성문제 청정 지역 아냐…목회자 女신도 상담·포옹인사 주의 要
옷차림새,화장,외모,몸매 관련 언사도 자칫 오해 불러일으킬 수 있어
목회자들 "여성 교인들 만남 다소 부담…소극적인 목회될까봐 고민도"

# 한인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A목사는 최근 들어 사무실 문을 항상 열어 놓고 있다. 그동안 신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은밀한 내용도 많아 비밀 보장을 위해 사무실 문을 닫고 상담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를 바꾼 것이다. 특히 여신도와 상담할 경우에는 사무실 문 개방에더 신경을 쓴다. 이유는 바로 미국과 한국을 휩쓸고 있는'미투'운동 때문이다. 자칫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릴 수있다는 교회 장로들의 우려에 이처럼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기로 한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불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여파가 교계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미투'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목회자들이 '몸조심'에 나섰다.

미주 한인교회 역시 '미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보가 104명의 20대 이상 한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1번 이상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2%가 교회나 성당 등 종교기관의 지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해 교회가 '성문제 청정구역'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사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종교계에서도 성추문은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한국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 5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다는 경찰청 통계를 봐도 종교계 성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주현 간사는 "십계명에서도 나오듯이 간음의 문제는 역사적으로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라며 "교회라고 '미투'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목회자들이 신도들과 대면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여신도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2명 이상 신도를 대상으로 상담에 임하고 사무실 문은 닫지 않고 개방한다. 여신도와 함께 차를 타더라도 조수석에 여신도를 앉히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여신도에게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해 했던 포옹도 이제 금물이다. 대신 가볍게 악수 정도로 끝낸다.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고 성폭력 가능성을 줄이려는 고육책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신도에 대한 칭찬도 조심하는 경향이다. 옷차림새, 화장, 외모, 몸매 등과 관련된 언사로 인해 상대방에 잘못된 오해를 불러 일으킬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목회자는 "솔직히 요즘엔 '미투' 영향으로 여성 교인들과의 만남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주어진 사역을 피할 수는 없어 가끔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