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C게임즈 김학규 대표, 작가 만나 개인 SNS활동까지 추궁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요?"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는 자사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여성 원화 작가가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는 게임 유저의 항의에 따라 작가를 면담한 내용을 26일 게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문제가 된 것은 작가 A씨가 여성민우회 등 계정을 트위터에서 팔로했고 '한남(한국남자의 준말)'이라는 말이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부분이다.

게임 유저들은 여성민우회 등 계정을 팔로한 것과 한국남자를 비하하는 말인 '한남'을 사용한 것은 '메갈리아'로 대변되는 '변질된 페미니즘'에 동의한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대표는 "담당자가 그런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동료로서 같이 일하는 것이 곤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사자 면담을 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A씨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교육을 비롯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여성단체인 여성민우회 계정을 팔로한 이유를 물어보면서 고용(같이 일하는 것)을 운운한 것에 대해 페미니즘 사상검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트윗을 리트윗한 것조차 문제 삼을 정도로 반페미니즘이 게임업계에 퍼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넥슨에서는 2016년에도 자사가 서비스한 게임 클로저스의 성우가 트위터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인증샷을 올렸다는 이유로 교체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최근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소녀전선 캐릭터를 그린 원화가 B씨가 트위터에서 페미니즘 내용이 담긴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자 중국 제작사가 캐릭터의 출시를 미루는 일도 있었다.

트위터에서는 이때문에 '#넥슨_민우회_사상검증'을 해시태그로 수백건의 비판글이 쏟아지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성명을 내고 "IMC게임즈는 여성들의 신념과 사상을 고용을 빌미로 검증하고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밝히라는 사상 전향까지 강요하고 있다"며 "당장 이를 중단하고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성명에서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게임업계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전반적 성차별 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srch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