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난 여론에 무릎꿇은 트럼프 대통령 '아동 격리수용' 철회…전격 행정명령 서명

[뉴스진단]

밀입국 부모·아동 함께 수용토록 바꿔
멜라니아, 트럼프 설득…이방카도 환영

불법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고집하던 도덜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강경한 반대 여론에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결국 철회하고 이들을 함께 수용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격리 수용이 '비인도적'이라는 각계의 비난이 국내외에서 확산하면서 공화당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우세해지자 평소와 달리 이례적으로 고집을 꺾고 후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들과 그들의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이것(행정명령)은 가족들을 함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우리가 매우 강력하고 튼튼한 국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데 관한 것"이라며 "가족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밀입국자와 동행한 미성년 자녀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격리 수용하는 정책은 지난달 초 시행된 지 한 달 여만에 폐지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동 격리 수용 부분에서만큼은 물러섰지만, 이른바 불법 입국자를 추방 절차 대신 모두 기소해 구금하는 '무관용 정책'의 나머지 부분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아동 격리 수용 정책의 불가피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해왔다.그는 또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들을 "잠재적 유권자"로 본다고 주장하며 이번 격리 논란을 포함한 모든 사태가 민주당의 입법 비협조 때문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격리 정책에 대한 비난은 미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 만큼 급속도로 커졌다.

인권단체와 일반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반대 캠페인은 재계에 이어 주지사들과 의회로 번졌고, 외국의 정부와 단체들에서도 비판에 가세할 정도였다.

최근 아이들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에 부모와 격리된 광경과 아이들이 부모를 찾으며 우는 목소리가 방송 뉴스 등을 통해 전파되자 미국 사회에서는 도덕성 논란과 함께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고, 공화당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고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이번 사태가 유감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메이 총리는 격리된 아동들이 철장과 같은 곳에 갇혀 지낸다며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장녀 이방카도 격리 수용 문제에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지난 5월 5일부터 이달 9일 사이에 어린이 2천342명을 부모로부터 격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