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장 받자마자 3만달러 '빚더미'"

[이슈진단]

10년새 3배 넘게 급증, "저축하기도 전에 파산"
졸업후 결혼·출산 '먹구름'…첫집 장만은 '꿈'

미국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채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1670조원)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학 졸업장을 받는 것과 동시에 1인당 평균 3만500달러 부채도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학자금 부채 규모는 8월 현재 1조52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6~2007학년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 내에서 학자금 대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최근 들어 그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개인뿐 아니라 정책 결정자에게도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빈센트 델루아드 INTL FC스톤 전략가는 "밀레니얼 세대 중 상당수가 부를 축적하기도 전에 파산했다"며 "이는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장을 딴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1인당 평균 3만500달러 학자금 부채가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2023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 중 최대 40%가 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같은 명문 사립대는 등록금, 주거비, 교재비 등을 합해 4년 동안 25만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공립대는 비용이 줄어들긴 하지만 해당 주 거주자가 집에서 통학한다고 해도 5만달러는 들어야 한다.

학자금 대출이 불어나는 이유로는 상환을 유예하거나 상환 금액을 줄이는 제도가 지적된다. 존 앵글림 S&P 애널리스트는 "대출 상환 조정 조건으로 최저 상환금을 낮추는 제도가 많아져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작아졌지만 장기적 부담은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일반적으로 3만달러를 빌린 사람이 처음 3년간 상환을 유예하면 6700달러가량 이자를 더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도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인구가 많아졌다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주택 구입 역시 영향을 받았다.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부모와 함께 사는 인구가 많아지고 부채로 인해 신용등급이 떨어져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미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신용카드 빚처럼 학자금 대출도 파산 시 탕감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