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들, 드루킹 재판서 주장…"계속되면 이용자 이탈 불가피"
드루킹측 "네이버에 피해 없어"…네이버측 "공정한 여론 반영 아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드루킹' 김동원씨 등의 '댓글조작' 탓에 회사 브랜드 가치가 크게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법무실 직원인 A씨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드루킹 일당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으로 네이버가 피해를 본 건 없다'는 식으로 업무방해 혐의를 부인하자 허익범 특검팀이 네이버 직원을 직접 증인으로 신청했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 '킹크랩' 같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으로 회사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스 기사 서비스는 실제 사람이 읽고, 의사 표현한 걸 공정하게 집계해 나타내 주는 걸 중요 목적으로 삼는 업무"라며 "사람이 아닌 기계가 공감·비공감을 클릭해서 댓글 순위가 나타난 거라면 이용자들은 당연히 네이버 서비스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만연하게 되면 이용자들의 이탈이 일어나 서비스가 망하게 된다"며 "실제 이런 행위로 댓글 순위가 조작됐기 때문에 지금도 네이버가 비난이나 오해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 영향으로 네이버의 브랜드 가치가 올해 1분기보다 2·3분기 때 하락했다는 한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A씨는 "실제 이용자들이 탈퇴 인증까지 올리는 등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드루킹 일당은 그러나 자신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감·비공감을 클릭할 수 있었던 건 네이버가 제대로 어뷰징(부정 사용)을 걸러내지 못한 탓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또 일일이 손으로 '클릭'할 수가 없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에 의사를 반영했을 뿐이며, 그로 인해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드루킹 일당의 이런 주장에 다른 네이버 직원 B씨는 "매크로 접근을 최대한 필터링하려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 '왜 막지 못했냐'고 질타하면 저희로선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어뷰징 차단을 위해 올해 기준 40여 명의 인력과 2천300여 대의 장비, 108억 원가량을 투입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B씨는 또 "이용자의 '의사 반영'이라는 목적이 손상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 합법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매크로 등을 이용한 댓글 클릭은 "공정한 여론의 반영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