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구팀 신기술 개발, '전기 자극' 치료로 남성 3명 휠체어서 일어나 걷기 성공

[건강화제]

척수 삽입 전기신호장치 뇌→다리 전달 신호 강화
800m 이상을 혼자 걸어…장치 끄고 8걸음 걷기도
"일상생활 치료용으론 아직, 3년내 본격 시험 치료"

하반신 마비로 남은 인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고 통보를 받았던 남성 3명이 스위스 의사들 덕분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31일 영국 BBC 방송이 네이처의 연구결과를 인용 보도한바에 따르면 이들은 척수에 삽입된 전기신호장치가 뇌로부터 다리로 전달되는 신호를 강화하면서 걸을 수 있게 됐다. 전기신호장치는 이 뿐만 아니라 척수 속의 손상된 신경을 다시 자라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뇌에서 보내는 명령이 다리로까지 전달되지 못해 마비를 초래하게 되는데 전기신호장치 이식으로 뇌의 명령 신호를 강화해 다리가 뇌의 명령을 알아차리게 해 다시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성과가 다른 마비 환자들도 다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첫번째 환자는 30살의 스위스 남성 다비드 엠제로 그는 7년 전 운동 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당시 의사들은 그에게 다시는 걸을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로잔공과대학(EPFL)의 그르구아르 쿠르탱 박사팀이 개발한 전기신호장치 이식 덕분에 그는 최근 800m 이상을 혼자 힘으로 걷은데 성공했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네바 호수가 내려다보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알프스의 산자락을 걸을 수 있어 내 삶에 아주 중요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바꾸었다.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쿠르탱 박사는 다비드 경우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손상됐던 척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쿠르탱은 이를 통해 신경섬유가 다시 자라나 뇌와 척수 간 연결이 되살아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비드에게 전기신호장치 이식 수술을 집도한 로잔대학 병원의 조슬린 블로흐 박사는 스위스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로 꼽힌다. 그녀는 데이비드의 용태 호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다비드는 현재 전기신호장치를 끈 상태에서도 최대 8걸음까지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게 됐는데 이는 만성척수질환자로서는 사상 첫 사례이다.

쿠르탱 박사팀이 개발한 전기신호장치 이식은 비용이 너무 비싼데다 아직 충분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해 실험실 밖에서의 일상생활에서 치료용으로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마비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다비드 외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다른 2명은 35살의 네덜란드 엔지니어 게르탄 오스칸과 48살의 독일 남성 제바스티안 토블러다. 오스칸은 7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지금은 조금씩 하반신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치료 방법이 앞으로 더욱 진전을 이룰 것이며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희망을 잃었던 사람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유럽과 미국에서 3년 이내에 훨씬 큰 규모의 시험 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