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위 '로즈장학금' 받고 英유학 예정, 하바드 출신'불법체류'한인 청년의 호소

[뉴스포커스]

박진규씨 NYT 기고…추방 유예기간 해외여행 못해
'다카' 청년들 출국 이후에는 재입국 보장되지 않아
"밀입국 이민자도 미국인인데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

'난 드리머(dreamer)이며 로즈 장학생이다.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

지난해 11월 미국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제도(DACA·다카)' 수혜자 중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로즈 장학생에 선발된 한인 청년 박진규 씨(23·사진). 그가 11일자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 움직임과 관련해 '드리머'(Dreamer)로 불리는 미국 내 다카 청년의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카 덕분에 핵위 취득"

다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으로, 최대 80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하버드대를 졸업한 박 씨는 10월 로즈 장학금을 받고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한밤중 부모의 손에 이끌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뒤 16년 만의 첫 해외여행이다.

기고문에서 박씨는 자신의 부모가 1997년 IMF 외환 위기 직후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왔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한국 레스토랑에서 주 6일 하루 12시간씩 근무하고, 어머니도 뷰티 살롱에서 매니큐어를 칠해주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키웠다고 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그는 다카 덕분에 하버드에 지원해 작년 12월 생물학 학위를 받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수혜자였던 유서 깊은 '로즈 장학금'의 수혜자로 선정돼 오는 10월 옥스퍼드로 유학을 가게 됐다. 로즈 장학금은 1902년 영국 사업가 세실 로즈의 유언에 따라 시작된 장학 프로그램으로, 세계 각국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2~3년간 영국 옥스퍼드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한다.

박 씨는 기고문에서 "로즈 장학생에 선발됐다는 뉴스는 '달콤쌉싸름(bittersweet)'했다"며 "옥스퍼드로 떠난 뒤 나는 다시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장학 제도의 수혜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미국에 내 자리가 있는지 계속 고민했다"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다카 청년들의 해외여행 기회를 없애 출국 이후엔 재입국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세금내고 경제 도움"

그는 "우리는 메디케어(의료보험)나 사회보장제도 등 우리가 직접 혜택을 입지 못하는 미국의 사회 제도를 지탱하기 위해 세금을 낸다"면서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다카 수혜자 91%가 고용 상태에 있으며 향후 10여 년간 4600억달러에 달하는 GDP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그는 "매일 내가 이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고 왜 남아 있어야 하는지를 정당화해야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씨는 "미국에 남을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지성'이나 '능력'을 내세울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공정함과 품위를 보장받기 위해 반드시 '로즈 장학생'이 될 필요는 없다. (미국인으로서) 동등한 기회를 갖기 위해 반드시 '천재'이거나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인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당신 곁에서 일하고 배우고 웃는 동료이자 친구이며 급우이고 같은 미국인"이라고 호소하면서 "옥스퍼드대에서 밀입국 이민자들이 미국인이라는 것을 설득할 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여러분이 고향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여러분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여러분과 함께 한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