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상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미투'(MeToo) 낙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제국주의 일본의 항복과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유명한 '수병과 간호사 키스'의 주인공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이 사진을 형상화한 조각상도 수난을 당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 있는 '무조건 항복'이라는 이름의 조각상에서 여성 간호사의 왼쪽 종아리 부분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적은 "#MeToo(미투·나도 당했다)"라는 낙서가 발견됐다고 미 ABC 방송이 보도했다.

새러소타 경찰은 이날 오전 0시53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주변 현장에서 스프레이통이나 다른 훼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을 찍은 감시카메라 영상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각상을 복구하는 데에는 약 1천 달러(약 112만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사건은 사진 속 남성 수병인 조지 멘돈사가 지난 17일 95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아름다운 키스 장면 속에 숨은 '어두운 진실'이 재조명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검은색 해군 수병 복장을 한 멘돈사는 1945년 8월14일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축하하며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쏟아져 나온 수만 명의 인파 속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간호사 복장의 여성을 끌어안고 허리를 젖힌 뒤 키스 세례를 퍼붓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당시 멘돈사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에 술을 마신 뒤 흥에 취해 길거리에서 만난 여자들을 끌어안고 키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 복장의 이 여성은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을 확인하러 광장으로 걸어 나오다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해군 전역 후 로드아일랜드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멘돈사는 자신이 사진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부인하다 결국 사실을 인정한 뒤 2009년 이후 이 사진을 들고 여러 차례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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