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에 무너진 할리우드의 신화

英 출신 女배우에 배역 보장 부적절 성관계 전격 경질
2013년부터 혼외 관계 맺어와…주고받은 메시지 들통

아시아계 최초로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수장에 올랐던 케빈 쓰지하라(54) 워너브러더스 회장 겸 CEO가 영화 출연을 미끼로 여배우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 속에 전격 경질됐다. 18일 미국 연예매체들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모회사인 워너미디어의 존 스캔키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케빈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워너미디어, 워너브러더스 임직원과 파트너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케빈이 지난 25년간 우리 스튜디오에 크게 기여한 점에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는 자신의 실수가 회사 리더십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고 향후 발전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쓰지하라 회장은 3월 초 영국 출신 여배우 샬럿 커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내부감사를 받아왔다. 그는 영화 배역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2013년부터 커크와 부적절한 혼외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커크는 '오션스8''하우 투 비 싱글'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쓰지하라 회장은 지난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과 당혹감을 안겨준 실수에 대해 사과한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일본계 이민 2세인 쓰지하라 회장은 USC,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1994년 워너브러더스에 입사해 테마파크 사업과 홈비디오, 온라인 비디오사업 등에서 성과를 거둔 끝에 2013년 CEO 자리에 올랐다. 워너브러더스에서 영화와 TV 제작을 책임지며 DC슈퍼히어로 등에 역량을 집중해 온 그는 지난해에도 '아쿠아맨''스타 이즈 본''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등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사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최근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더 많은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이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추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