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교청사서 열린 韓·스페인 차관급 회담 회의실 걸린 태극기'꼬깃꼬깃' 망신

[뉴스포커스]

접혀 있던 것 금방 꺼내 건 듯 주름 가득
주름하나 없는 스페인 국기와 극명 대조

"대한민국 얼굴 구긴 것…기강 해이 극치"
"잇딴 의전 실수, 한국 외교 총체적 위기"

4일 한국 서울 외교청사에서 한국-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가 열린 양자회의실에 구겨진 태극기가 걸려 또다시 의전 실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태극기는 회의에 앞서 조현 외교부 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모두 발언을 하는 내내 공개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태극기는 꼬깃꼬깃 접혀 있던 것을 방금 꺼내 건 듯 주름이 가득했다. 주름 없이 멀쩡한 스페인 국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행사 직전 외교부 직원 2명이 급히 손으로 구김을 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스페인의 국기는 구김이 없어서 상대국을 향한 외교 결례 논란은 피했다.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 이래원 회장은 "외교부가 대한민국의 얼굴을 구기는 몰상식한 일을 했다"며 "이 해이함으로 어떻게 나랏일을 한다는 건가"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실수가 있었고 실수에 대해 적시에 바로잡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관련해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사과했다.

국기 관리는 외교 의전의 기본 중 기본에 속한다. 프로페셔널 외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나라의 얼굴을 구겨진 채로 방치했다는 건 한마디로 기강 해이"라고 했다. 최근 계속된 '외교·의전 사고'로 망신을 샀던 한국 외교부가 태극기 관리까지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영문 보도자료에서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 국가'라고 잘못 기재해 주한 라트비아대사관으로부터 수청 요청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 1월 1일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됐다.

지난달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말레이시아에서 정상회담 뒤 인사말을 하면서 인도네시아어인 '슬라맛 소르'라고 잘못 말하게 해 외교 결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한국 외교가 총체적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 청와대의 남북 관계 중시 기조와 북미 라인 약화 등으로 외교의 주축인 4강·북핵 외교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직 정부 관리들은 "실력파 외교관들이 죄다 적폐로 몰려 불이익을 받은 뒤로 외교부 전반에 '복지부동'분위기가 퍼졌다"고 했다. 한 전직 정부 관리는 "국방부·통일부도 청와대와 북한 눈치만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