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일가, 유럽 순방에서 가족·사업 홍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대통령 자녀들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가족들이 유럽 순방에서 그들 자신과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딸 이방카와 티파니,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그리고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와 에릭의 부인 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럽 방문 주요 일정에 함께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왕실 만찬은 물론 처칠 워룸 방문,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 등에서도 자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 트럼프그룹을 관리하는 두 아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과 호텔이 있는 아일랜드 둔베그에서 그곳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5일 저녁 둔베그의 한 펍을 찾은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손님들에게 모두 기네스 맥주를 돌리며 왁자지껄하게 즐겼다고 WP는 전했다. 에릭은 주민들에게 "트럼프 가족이 마을에 오면 신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펍 주인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아들들이 정치 얘기를 했느냐는 WP의 질문에 "그들은 여기서 휴가 중이었다"고 밝혔다.

자녀들은 유럽 방문 중에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트럼프 자녀들의 행보 속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문제가 된 대통령직과 사업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지적도 다시 한번 나오고 있다.

자녀들의 동행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거듭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스코틀랜드 일간 스코츠맨은 미국 국무부 자료를 토대로 이번 방문 중에 고급 호텔과 값비싼 리무진 등이 미 정부 이름으로 계약됐다고 보도했다.

전직 국무부 직원인 제프 래스키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트럼프그룹의 소유주지만 두 아들이 사업을 운영한다"며 "성인 자녀들의 여행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상환받아야 하는지를 공무원 윤리담당자가 검토해볼 만한 전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열린 정부를 지향하는 시민단체 선라이트재단의 존 원더리히는 "대통령의 가족이 국빈 만찬에 함께 하는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가족의 행동에 사업적인 의도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