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엘패소 쇼핑몰 소총 난사 20명 사망이어 오하이오 데이턴서 또 용의자 포함 10명 참사

'귀마개 쓰고총 난사 '21세 엘패소 용의자
백인 우월주의 인종 차별 증오범죄 가능성

지난 11일간 46명이나 희생 모방범죄 우려
민주당 "인종 분열적인 막말 트럼프가 원흉"

연쇄적인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미 동북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4일 새벽 1시쯤 또 총격사건이 발생, 용의자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전날인 3일 텍사스 엘패소 소재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사망한 지 불과 16시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11일 동안 총격사건으로 무려 46명이 죽고 70여 명이 다쳤다. 사상자만 120여 명에 달한다.

▶4세난 갓난 아이도 피격

이날 데이턴 지역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오리건 지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용의자가 죽고 다른 9명도 숨졌다"며 "최소 16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데이턴 총격 사건의 용의자는 오하이오 주 벨브룩 출신의 24살, 코너 베츠로 신원이 확인됐으며 그의 여동생인 메간(22)도 9명의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AP는 전했다. 확실한 범행 동기나 공범이 있는지 여부 등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용의자는 경찰 총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앞서 텍사스주 엘패소에서는 3일 오전 10시쯤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총격 사건은 엘패소의 한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월마트에서 발생했다. 부상자 중에는 4개월 된 갓난아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 이송된 피해자 중에는 위독한 이들도 있어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자동소총을 난사한 용의자인 패트릭 크루셔스(21)를 현장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다.

크루셔스는 AK-47을 개량한 소총으로 무장하고 주말 쇼핑을 위해 나들이 나온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지역방송인 KTSM9가 보도한 총격 영상을 보면 크루셔스는 범행 당시 소음방지용 귀마개까지 하고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크루셔스는 사건 현장으로부터 약 1000㎞가량, 자동차로 10시간 이상 떨어진 마을인 앨런 출신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크루셔스의 범행이 백인우월주의에 배경을 둔 증오범죄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엘패소 사건에 대한 첫 911신고가 접수되기 불과 19분 전 히스패닉 이주자들을 강하게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익명의 선언문이 온라인 커뮤니티 '에잇챈(8chan)'에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멕시코와 국경을 마주한 엘패소는 중남미 이주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그레그 앨런 엘패소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증오범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개인의 '선언문'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작성자가 크루셔스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등록된 이 선언문에는 "미국은 내부에서부터 부패하고 있다. 이를 멈추기 위한 평화로운 수단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백인 우월주의 용인"

미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이은 총격사건으로 미 대선에서 총기 규제 이슈가 '허리케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일주일 새 발생한 4건의 총격 중 엘패소 사건과 지난달 28일 가주에서 발생한 '길로이 페스티벌'등 최소한 2건의 범행 동기로 '증오 범죄' 가능성이 거론되자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언사가 비극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민주당 흑인 중진인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의원을 향해 '잔인한 불량배'라고 공격하면서 "커밍스의 지역(볼티모어)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4일에는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 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막말 수준의 언사 수준을 쏟아냈다.

이와관련 고향이 엘패소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는스스로 인정한 인종주의자이고 이 나라에서 더 많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고, 코리 부커 상원의원도 "트럼프는 공포와 증오, 편견을 조장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든 증거는 우리가 외국인 혐오자 대통령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가세했고,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그는 총기 사건이 발생한 주말 뉴저지주의 한 골프장에 머물렀으며, 지난 3일 이곳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 참석해 신부 옆에 서 있는 사진이 SNS를 통해 올라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이것은 사회적 문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정치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엄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