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갑시다]

이땃 총기 난사 참사 불구 트럼프 대통령이나 집권 공화당 '조용'
인구 3억명 민간 총기 4억정이나보유…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식
全美총기협회 막강 로비가 배경, 연방 의원들 등급까지 매겨 관리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총기 난사 참사가 잇따르면서 미국의 총기 규제를 향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집권 공화당은 동요하는 기미가 없다. 건국 이래 총기 보유를 국민 기본권이자 국가 정체성으로 여기는 정서, 그리고 정치·사법 논의까지 좌지우지하는 총기 이익단체의 위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총 3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에 관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인종주의적 증오와 백인 우월주의를 규탄한다"면서 "대량살상 범죄자에 대한 신속한 형 집행을 가능케 하겠다"고 했다. 또 "정신질환자를 더욱 잘 식별해 관리하고, 소셜미디어와 비디오게임에서 폭력을 미화하는 풍조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로이터통신과 CNN·NBC 등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일부 정신병자의 소행' '인터넷·게임의 폭력성' '범죄자 처벌'로 화살을 돌린 것은, 미국에 살상 무기가 규제 없이 유통되는 현실을 외면하고 변죽만 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기 규제라는 원론적인 문제에 대한 설명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미국 민간에 풀린 총기 물량이나 살상 능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된다. 미 인구 3억여명이 소지한 민간 총기는 총 3억9300만정으로, 1명당 1.2정꼴이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이 세계 민간 총기의 42%를 가졌다. 총기 관련 사망 건수도 매년 급증한다.

이같은 미국의 총기 보급 실채에 가장 기여한 것은 전미총기협회(NRA)라는 거대 이익단체다. 전·현직 대통령과 관료, 의원, 법관 등 여론 주도층 500만명을 회원으로 둔 NRA는 대관 로비와 홍보에만 연 2억~3억달러를 지출한다. 정치인의 협조 여부에 따라 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인사들은 대부분 'A' 등급으로 최소한의 총기 규제에도 반대한다. 진보 진영과 민주당도 로비와 입법 역량을 쏟아붓지만 '총기 규제법의 무덤'으로 불리는 상원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2012년 26명이 사망한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에도 규제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NRA의 '관리'에 따라 입장이 왔다 갔다 한다. 샌디훅 참사 당시 총기 규제를 주장했던 그는 2016년 대선 때 NRA로부터 약 3600만달러를 후원받고 입장이 바뀌었다. 그는 지난해 17명이 숨진 버지니아 파크랜드 고교 총기 난사 때도 '총기 구입 최소 연령 상향'을 제시했으나, 다음 날 NRA 회장이 백악관을 다녀간 뒤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다.

미국인에게 총기는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식된다. 초기 독립전쟁, 그리고 원주민을 제압하며 이룬 서부 개척사의 산물이다. 18세기 헌법과 수정헌법 2조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돼있다. 여기서 인민(people)은 주별 치안을 맡은 민병대 구성원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으나, 1970년대부터 '모든 개인'으로 해석이 확대됐다. 2008년 전과자의 총기 소지 금지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 이래 '헌법상 무장 권리 견해가 더 굳어졌다.

"30초 깜짝할 새 36명 살상"
비밀은 100발 들이 대용량 탄창…9개주에서만 규제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사건은 범행 발생 1분도 안돼 끝났다. 범인이 데이턴시내 바에 총격을 가한 시간은 불과 30초. 그러나 그사이 9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치는 대량살상극이 빚어졌다. 바는 주말 밤이라 몹시 붐빈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래도 너무 많은 희생자수는 고개를 갸웃이게 했다. 의문은 범인 범행에 사용한 무기를 조사하며 풀렸다. 베츠는 M16 계열인 .223 구경 자동 소총에 250발의 실탄을 소지하고 무차별 총격에 나섰다. 특히 그가 준비한 탄창은 100발이 들어가는 드럼형 대용량 탄창(사진)이었다. 베츠는 대용량 탄창을 장착한 살상력 높은 자동소총으로 30초사이 41발을 끊임없이 갈길 수 있었다.

그가 사용한 총기와 대용량 탄창은 미국 최악의 총기난사으로 일컬어지는 2012년 샌디훅 사건 당시 범인이 사용한 것과 같은 무기류이다. 당시 범인 애덤 란자는 샌디훅 초등학교에 들어가 어린이 20명과 어른 8명을 총격 살해했다. 당시에도 공격용 소총뿐 아니라 대용량 탄창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빗발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용량 탄창을 규제하는 곳은 미국내 9개주에 불과하다. 물론 이번에 범행이 일어난 오하이오주는 어떤 규제도 가하지 않고 있다.

민간인이 어떤 제재도 없이 이러한 무기류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근본적 문제다.

텍사스 왜이래?
총격 상흔 아물기도전에
총기소지 완화 내달 발효

지난 3일 엘패소 월마트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상흔이 아물지도 않은 텍사스 주에 내달부터 공공장소 총기 소지를 완화하는 법률이 발효된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텍사스 주 총기 소지법은 미국에서 가장 덜 제한적인 것으로 합법적인 총기 소지자가 교회, 이슬람 사원,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아파트단지, 아동 위탁시설, 공립학교 부지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 법률은 지난 6월 회기 텍사스주 의회에서 통과됐는데 전미총기협회(NRA)가 공공연하게 법률 통과를 위해 로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