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개 도시 잇는 허브 '홍콩국제공항' 시위대 점령 운항 중단, 항공·물류 대혼란

[홍콩]

경찰 공기총 맞아 여학생 실명 위기
수천명 연좌 시위 벌이며 공항 장악
홍콩∼한국 노선 23편 결항 큰 불편
中 "테러행위"…무력개입 임박 관측

12일 홍콩 반정부시위대가 첵랍콕국제공항을 점령하면서 아시아의 항공 허브인 홍콩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되고 관광은 물론 화물운송까지 마비될 위험에 직면했다. 전날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반대시위에 가담한 여학생이 경찰이 쏜 공기총(bean bag gun)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분노한 시위대가 예정된 시위기간을 넘겨 공항 장악에 나서자 홍콩 공항당국은 모든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수천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공항 터미널에서 연좌시위를 벌여 공항 출국수속 등이 전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계속 홍콩국제공항으로 몰려들면서 공항 인근의 도로교통도 극심한 정체상태에 빠졌다.

공항당국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출발편 여객기의 체크인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며 "체크인 수속을 마친 출발편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도착 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의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홍콩∼한국 노선 23편이 결항 사태를 빚어 특히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관광객들과 홍콩행을 예약했던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홍콩공항은 현지시각 12일 오후4시30분부터 폐쇄됐으며 이날 밤 공항 측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13일 오전6시 이후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반정부시위대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연속 국제공항에서 홍콩 방문객들을 상대로 최근 사태를 알리는 시위를 벌여왔다. 입국자들에게 송환법의 실태와 경찰의 잔혹성을 고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전날 홍콩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과정에서 한 여학생이 실명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했다. 당초 시위대는 전날 밤 집회를 마치고 해산할 방침이었지만 실명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번지면서 이들이 다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침사추이·삼서이보·콰이청·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전역에서 게릴라 시위를 벌였으며 이 와중에 침사추이에서 경찰이 쏜 공기총에 맞은 한 여성 시위자의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

예정에 없던 대규모 시위가 아시아 항공교통의 허브인 홍콩국제공항의 항공편 전면 운항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물류와 교통산업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1998년 7월 개항한 홍콩국제공항은 하루에 전 세계 220개 도시를 오가는 1,100개 항공편이 운항하는 세계적인 국제허브공항 중 하나로, 지난해 이용객은 총 7,470만명, 수송화물은 510만톤을 기록했다.

한편 수차례 무력진압을 예고했던 중국 정부는 다시 한번 강력한 경고를 날려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개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이날 "홍콩인들은 폭력적인 불법행위를 거부해야 한다"며 "우리가 이런 테러리스트의 행위를 용납한다면 홍콩은 바닥 없는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