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때 한번 보여줘야" vs"한미일 공동 北 대응에 찬물"

[뉴스포커스]

반대 "감정 앞서, 한국에 별로 이로울 것 없다"
찬성 "언제까지 당하나…강한 모습 보일 필요"

대한민국 정부가 22일 북한의 핵·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일본 정부와 맺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식 발표해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안보협력 마저 파기됨에 따라 양국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LA 한인사회는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 보수-진보 의견 양분.
-한국정치권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진보 성향 정당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당영한 조치라며 지지·환영 입장을 보였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익보다는 정권이익을 위한 결정', '경솔하고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보 성향 참여연대의 관계자는 "일본과 군사동맹 수준의 협정을 맺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전혀 없었다"며 "지소미아가 없어도 한미일 간 정보공유약정이 있어 기본적인 정보는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 성향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내용상으로 보면 한미일안보체제인데 한일 간 역사·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이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인사회도 찬반 팽팽
-시니어센터의 70대 한 관계자는 "이번 한국정부의 결정은 북한의 위협속에 한미일 공동 대응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본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을 한국의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으며 좀 더 통 크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LA한인회의 한 30대 이사도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그 어느때보다도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 한미일 공조를 깨뜨리는 선택은 한국에게 이로울 것이 없어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미주한인재단 LA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자국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으로 인해 한미 경제 상황도 그렇게 녹녹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결정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해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라크라센타에 거주하는 50대 한 남성의 경우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반성은 커녕 경제 보복을 빌미로 또 다시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행태에 우리가 강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일부 손해가 되더라도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한국정부의 결정을 옹호했다. LA다운타운의 40대 한 여성은 "이번 결정에 따른 리스크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대로 일본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은 "일본이 아직도 우리를 약소국 아니 식민사관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화가난다"며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내에서와 LA에서의 대응은 달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LA한인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내에서 불매운동, 일본 여행 안가기 등 강경하게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LA한인사회는 좀 더 이러한 사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일본 정부 적극 항의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22일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일본 외무성으로 불러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한 한국 정부 방침에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협정 종료 결정과 일본의 수출관리 운용 수정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한국 정부에 단호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미 국방부의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은 22일 지소미아 연장 불가 결정에 대해 "한일 양국이 이견 해소를 위해 함께 협력하길 권장한다"며 "미국과 일본, 한국이 연대와 우의로 함께 협력할때 우리 모두는 더 강하고 동북아는 더 안전하고 정보공유는 공동의 안보 정책과 전략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무역과 역사적 고충을 둘러싼 미국 동맹국들의 분쟁에서 판돈이 극적으로 높아졌다"며 이번 결정은 미국 내에서 우려에 부딪힐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결정은 한일 간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소미아(GSOMIA)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유일한 군사협정이다. 2016년 11월 체결됐지만, 논의가 시작된 건 2011년부터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 간 회담에서 군사협정 체결 필요성이 제기됐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동향 파악이 협정의 주된 목적이다. 협정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등 2급 이하 군사비밀을 모두 공유한다.
한국은 일본을 포함해 총 35곳과 지소미아를 체결해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추가로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과 지소미아 체결을 추진 중이다. 반면 일본은 7개국과만 지소미아를 맺고 있다. 일본이 협정을 맺은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인도,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