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부장과 만나 北비핵화 공조 요청할 듯
베이징서 북미 접촉설에 비건 방북 가능성도 제기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19일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낮 12시 40분께(현지시간) 전일본공수항공 NH961편을 이용해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방중은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북한과 판문점 접촉이 무산된 가운데 이뤄져 최근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고 나선 중국과 대북 문제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접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상황이라서 베이징에서 비공개로 접촉하거나 아니면 직접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공항에서 중국 또는 북한과 접촉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안하다.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북한이나 중국 측과 접촉한다면 누구와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비건 대표는 업무와 관련된 질문에는 함구했지만, 공항에서 이동하는 내내 취재진과 잡담을 나누고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비건 대표는 오는 20일까지 1박 2일간 방중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방중 기간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나 북한의 연말 고강도 도발 위협에 따른 대화 해법을 모색하고 중국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엔 대북 제재의 공조 전선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탈하려는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며 북핵 문제 해법에 있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 17일 비건의 방중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방중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일치단결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비건 대표의 아시아 방문국은 당초 공개된 바로는 한국과 일본만 있었다는 점에서 베이징에서 북한 측과 비공개 회동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또한, 미국과 북한 모두 중국에서 만나는 것을 그동안 꺼려왔다는 점에서 비건 대표가 20일 전격 방북해 북미 대화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비건 대표와 스웨덴에서 만났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19일 평양발 고려항공편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날 공항에서는 목격되지 않았다.

베이징 소식통은 "비건 대표는 북측에서 연락만 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입장을 계속 보이기 때문에 이번 방중은 중국과 협의 외에 북한과 접촉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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