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여행 경보 최고 수준 격상에 한국 정부, "방미 막히면 경제 폭탄" 막기 총력전

뉴스분석

미국 내부 추가 조치 신중론 있지만
재선 준비 트럼프,'정치 판단'변수
일각에선 "트럼프 결정은 시간 문제"

미국이 대구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고 모든 미국인에게 대구 방문 금지를 권고했다. 한국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조치를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응의 총책임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리아와 한국 특정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격상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국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여행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고, 대구에서 미 워싱턴주로 귀국한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국무부는 대구에만 4단계 여행 경보(여행 금지)를 발령했다. 미 여행 경보 중 4단계는 최고 수준 경보로, 북한이 4단계 발령 지역이다. 미국이 한국의 일부 지역에라도 여행 금지를 발령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대구 외 한국 내 다른 지역에는 3단계 경보(여행 재고)가 유지됐다.

국무부의 여행 경보는 미국인에 적용되는 것이지,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발 여행객에 대한 조치가 아니다.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은 이날 발표에 없었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객에 대해 의료검사를 하는 방안을 두 나라 관계당국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출발 단계에서의 발열 검사 등 사전 검사 강화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국의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서는 등 통계가 보여주는 확산세가 심각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잇따른 여행 경보 격상은 입국 제한의 사전 준비적 성격도 있다.

외교부는 대미 총력전에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간 교류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조치를 자제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대구에 대한 여행 금지를 넘어서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도 이수혁 주미대사를 비롯한 각급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부 고위급 인사들을 면담해 한국 정부의 방역 대책을 알리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 막히면 경제·외교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다급한 모습이었다.

아직 미 정부 내에 신중론이 우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층 결집 등에 긍정적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선다면 동맹에 대한 입국 제한도 강행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미국행 한국인 승객
발열 체크 확대 강화

정부가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1일 밝혔다. 출국 전 검사를 강화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미국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막자는 뜻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우리가 우려하는 미국이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이 제한되는 것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8일부터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들에 대해 탑승 전 공항에서 발열 검사와 건강 상태 문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