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등 각 지역 정부 줄이어 비상사태…감염 가능성에 예민'공중 예절'주의보

뉴스포커스 / '코로나 에티켓'을 지키자

옆사람 아랑곳없이 입안가린채 연신 기침
한국에 다녀오자마자 교회에 출석한 교인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의 격한 악수와 포옹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한인사회에도 엄습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등에 비해 아직 위험한 단계는 아니지만 LA 등 각 지역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3% 정도로 2003년 사스(10%)보다 낮지만 전세계 사망자 수로는 사스를 넘은 만큼 공포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본인이 아무리 깨끗하게 손을 씻고, 악수를 안하는 등 조심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주의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도루묵이다. 전염병이라는 것이 '나는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만 전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바꿔놓고 있는 가운데 더욱더 공중 예절에 신경을 써야할 때다. 그래서 일명 '코로나 에티켓'이다.

▶공공장소에서 기침은 제발
지난 7일 LA한인타운내 한식당을 찾은 김모(46)씨 부부. 식당안에는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제법 많았다. 주문한 순두부를 한참 맛있게 먹고있던 김씨 부부는 어느 순간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자 손님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다가 몇차례 기침을 하던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한 숟갈 뜨고 기침하고, 또 한 숟갈 뜨고 기침하고…입도 가리지 않은 그의 기침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시켜놓은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서둘러 식당을 빠져 나왔다.

▶한국 여행후엔 스스로 자가격리
지난 주일 예배에 참석한 이모(60)씨. 교회 장로인 그는 얼마동안 교회에 나오지 않던 남자 집사 강모씨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강씨가 떨어져 사는 아들을 보러 샌디에고를 자주 내려갔다 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씨는 이번에도 샌디에고를 다녀왔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예배후 친교실에서 식사를 함께 나누던 강씨는 2주동안 한국을 다녀왔다며 한국서 겪은 코로나19 실태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함께 식사를 하던 교인들의 당황스런 표정을 보던 이씨는 결국 강씨에게 한 2주간 교회 나오지 말고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일러주었다.

▶악수 대신 목례나 주먹인사
오모(59)씨는 지난 6일 타운 식당에서 고교 동문 모임에 참석했다. 약간 코로나19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보는 동문들이라 기대감속에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이미 10여명이 와있었고 그중 한 때 친하게 지냈던 동문 한명이 달려와 오씨의 손을 덥썩 잡더니 끌어안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 순간 오씨가 "임마, 잘못하면 코로나 옮아"라고 한마디 했지만 친구는 "무슨 코로나, 미국은 괜찮아 임마"라며 막무가내였다. 1시간여 식당에 머무는 동안 오씨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 술에 취해 한국 정치 얘기에 열을 올리며 정신없이 튀겨내는 침방울 을 맞아가며 인내해야 했다.

▶내가 전파자 될 수도
최근 한국을 다녀온 유통업체 세일즈맨 전모(42)씨는 회사에 출근했더니 사장이 사무실로 불렀다. 사장은 "혹시 모르니까 2주 동안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권유했다. 그러자 전씨는 "한국 방문동안 대구는 가지 않았고, 발열도 없고 아무 문제가 없다"며 출근을 고집했다. 2주 동안 회사를 나오지 않으면 결국 1달 동안 쉬게 되는 셈이라 자신의 실적이나 수입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결국 사장의 강권에 회사를 나가지 않은 전씨는 그 사이 손님들을 만나고 다니며 회사가 자신을 확진자 취급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그와 악수하며 얘기를 나눈 손님들의 불편한 표정을 읽지 못했다.

▶"찌개따로 떠먹어요"
얼마 전 대상포진으로 고생한 부동산중개업자 이모씨(57)는 "혹시 내 손이 더럽다고 느껴질 수 있기에, 같이 식사하는 사람의 수저나 젓가락 등에 가능한 손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공통 반찬은 먹을 만큼만 떠서 따로 내 접시에 옮겨 먹고, 찌개 역시 같이 떠먹지 않게 국자와 그릇을 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조한규·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