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합의 파기·연락사무소 폐쇄 거론하며 압박…청 "전단 살포는 백해무익"

통일부,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금지법 검토…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이 4일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에 청와대는 대북전단 살포가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고, 정부는 전단 살포를 막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차단하면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이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며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 등을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낸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대북전단에는 '7기 4차 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청와대와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막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삐라(대북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안보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에는 정부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부터 이를 법률을 통해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지 법안과 관련, "접경지역 평화적 이용을 위한 법률, 한반도 평화기반 강화·구축하는 것과 관련한 여러 법제를 검토하고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법안에 전단 관련 내용도 포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역대 정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 했지만 표현의 자유에 해당해 손대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탈북민 출신의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은 ""삐라를 보내는 행위가 잘못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면서 "북한 주민의 알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도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이것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 안전과 전단으로 인한 환경 오염 등 법익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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