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창궐 고향의 연로 부모 걱정, 3달간 생사고비 넘기며 유럽?남미 항해

모든 항공 노선 폐쇄되자 단독 횡단 결심

파도 넘쳐 배 파손 절대절명 위기 겪기도

코로나19의 공포도 그의 효심을 막을 수 없었다. 비록 항공길이 막혔지만 그에겐 ‘요트’라는 마지막 선택이 남아있었다. 대서양 바다도 부모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보다 깊지도, 넓지도 않았다.

연로한 부모를 만나기 위해 코로나19를 뚫고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 유럽에서 남미로 건너간 40대 남미 남성이 화제다. 3개월 가까이 파도와 싸운 끝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육지의 부모를 만나기 위해 배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가 대기 중이다.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47). 바예스테로는 지난 3월 24일 자신이 살고 있는 포르투갈 포르투 산투에서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마르델플라타를 향해 돛을 올렸다.

그는 “당시 포르투 산투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았지만 (스페인 등지에서) 하루에 1000명 이상 사망자가 나는 걸 보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모국 아르헨티나도 코로나19 봉쇄를 발동해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3개월째 봉쇄령이 내려진 상태다.

바예스테로는 일단 항공티켓을 알아봤다. 하지만 유럽과 아르헨티나를 연결하는 하늘길은 이미 끊긴 후였다. 이미 모든 운항이 중단된 상태였다.

남은 방법이라고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주위 친구들은 그에게 ‘미친 짓’이라고 만류했지만 바예스테로는 수중에 있는 200유로를 달달 털어 급하게 식량을 구해 요트에 채우고 아르헨티나를 향해 출항했다.

예상대로 바닷길은 험했다. 항해 중 에콰도르에서 큰 파도가 요트를 덮치면서 배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했다. 물이 배꼽 아래까지 차올라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졌으나 겨우 수리해 목숨을 건졌다. 돛이 문제를 일으켜 잠시 수리차 정박한 브라질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불안에 떨기도 했다.

가까스로 브라질을 출발한 그는 우루과이를 거쳐 드디어 16일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 입항했다. 형과 동생, 올해 90세가 된 아버지가 항구에 나와 반갑게 그를 맞았다.

그러나 외국서 들어오면 14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규정 탓에 바예스테로는 아직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오면 무조건 14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지겹기도 할 법한 선상생활이 그에겐 행복한 나날이다. 바예스테로는 “곧 부모님과 만나 포옹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며칠 남지않은 하루하루가 즐겁기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