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주자인 척 거액 유출 펑펑"…한국 국세청, 역외탈세 혐의 22건 세무조사 착수
뉴스진단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영주권자
국외 송금하기 까다롭지 않은 점 악용
스위스·홍콩에 비밀계좌 덜미 잡히기도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사주 A는 미국 영주권자 신분을 이용해 수십억원을 미국의 본인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 영주권자는 국외 송금이 까다롭지 않기에 거액을 송금할 수 있었다.미국에 거주하는 배우자와 자녀는 남편인 사주 A가 보낸 자금을 인출해 미국내 베벌리힐스와 라스베가스 등에 고급주택을 사들였다. 일부 자금은 다시 국내로 들여와 20억원대 한강변 아파트를 사는 데 썼다.
사주의 배우자와 자녀는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국내 법인으로부터 수억원을 급여 명목으로 받았으며, 국내 법인은 베벌리힐스 주택을 해외 영업소로 등록하고는 유지·운영비로 수십억원을 송금했다. 이 돈은 사주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비로 쓰였다.

한국 국세청은 이처럼 국내 자산과 소득을 해외로 빼돌려 세금을 탈루하는 자산가와 법인의 역외탈세 혐의 22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역외탈세 조사 대상은 ▲ 국내 비거주자 위장(6건) ▲ 해외자산 은닉(7건) ▲ 해외 현지법인으로 자금 유출(9건) 유형으로 나뉜다.

위 사례에 등장하는 사주 A는 '비거주자로 위장한 탈세' 혐의에 해당한다. '국적 쇼핑'으로 취득한 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내세워 과세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소득을 해외로 빼돌리고 소득을 편법 증여하는 수법이다.

이번 조사에는 스위스와 홍콩처럼 그동안 금융정보 접근이 매우 어려웠던 지역에 '비밀계좌'를 유지한 사주 등도 혐의가 포착돼 정밀 검증을 받는다.

이들의 계좌는 최근까지 과세 사각지대에 있다가 금융정보자동교환 상대국이 늘어나면서 해외 은닉 자산으로 새롭게 노출됐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이중계약서나 차명계좌 등을 활용한 세금포탈행위를 확인하면 최대 60% 가산세를 물리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국세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전체 조사건수는 대폭 축소하지만 반사회적 역외탈세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역외탈세 신고 포상금
최근 5년간 겨우 한건

국세청이 세금탈루 및 부조리 행위를 효율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다양한 제보·포상금 제도를 운영 중인 가운데, 역외탈세의 현금통로로 지목되는 미신고 해외금융계좌 신고포상금 지급 건수가 최근 5년간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미신고 해외금융계좌 신고포상금은 지난 2018년 단 1건(포상금 2천700만원)이었다. 포상금 액수가 상대적으로 큰 데비해 신고 건수가 적은 것은 역으로, 해외금융계좌 정보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 및 관계인이 극히 적다는 것을 반증한 셈으로, 역외탈세의 은밀함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