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들에게 성상납 요구 ‘비일비재’…경찰위, 남자 상관 요구 86건 내사중

멕시코

68% “음담패설 들어” 12% “잠자리 요구”

가부장적 남성우월 사상의 조직문화 때문

멕시코 여자경찰들이 성 상납을 요구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에서 여경이 연루된 성추행 또는 성 상납과 관련해 내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86건에 이른다. 모두 남자 상관이 용의자로 지목된 대가성 성추행 또는 성 상납 요구 사건이다.

조사를 받는 남자경찰들은 승진 또는 자택과 가까운 지역 내 배치 등을 반대급부로 제시하며 여경을 성추행하거나 잠자리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감시기관인 '치안과 사법 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내사가 진행 중인 사건보다 훨씬 더 많다. 위원회에는 성 상납 요구 등과 관련된 신고 피해사례 1892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멕시코 경찰 내 여경에 대한 성적폭력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멕시코의 비정부기구(NGO) '공통주의'는 최근 '멕시코에서 여경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성상납 요구 등에 대한 실상을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여경 10명 중 7명은 경찰 내부에서 여성폭력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단체가 여경 3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8%는 "남자 동료나 상관으로부터 음담패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8%는 직간접적으로 잠자리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경찰조직 내에서 성추행이나 성 상납 요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는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치안과 사법 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의 위원장 살바도르 치프레스는 "남자가 모든 걸 지배하고 명령하는 구태 문화의 뿌리가 워낙 깊은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폐쇄적인 경찰조직의 특성상 이런 문화를 개선하는 데는 특히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해자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