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애틀랜타 증오범죄 연쇄 총격사건 아시아계 이민자 '경제적 불균형' 조명

미국
'골드스파' 업주, 성공한 대만계 유력 재벌
숨진 직원들 식당, 청소업 전전 바닥 생활
"아시안, 美서 가장 경제적 분열 인종 집단"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마사지업체 '골드스파'의 실질적 소유주는 대만계의 유력 재계인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스파는 총격 사망자 8명 중 한인 여성 노동자 3명이 희생된 곳이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스파의 소유주와 노동자들은 비슷한 꿈을 꾸던 아시아계 이민자였지만, 한쪽은 부를 얻은 반면 다른 한쪽은 애틀랜타에서 죽음으로 생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골드스파 운영회사인 골드 핫틀랜타의 대표는 왕수링(68)이라는 대만계 인물이다. 왕 대표는 미국에서 학위를 딴 뒤 1990년대부터 애틀랜타에서 컴퓨터 프린터 토너업체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등 각종 사업체를 운영해 부호가 됐다.

2013년엔 골드 핫틀랜타를 차렸고, 사업을 확장해 조지아주 노크로스에 '강남사우나'라는 업체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확대해온 왕 대표는 2003년엔 공화당의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 시절 아시아계 미국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주로 공화당 정치인을 후원했고, 2016년 대선 때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댔다.

대만에도 이름이 알려진 그는 올해 말 세계 대만인 상공회의소 회장직에 취임한다. 대만 정부가 공개한 왕 대표의 이민 성공담을 소개하는 14분짜리 동영상에는 그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라왔다.

골드스파에서 일하다 지난 17일 총격 사건에 희생된 아시아계 노동자들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지만, 왕 대표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예를 들어 김순자씨(69)는 1980년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식당, 청소업체 등에서 일했다. 박순정씨(74)는 많게는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스파 노동자들에게 식사를 손수 마련했다.

박현정씨(51·미국명 현정 그랜트)는 아이 둘을 키운 싱글맘이었다. 1시간당 60달러인 마사지 가격 중 이들에게 돌아오는 돈은 일부였다.

업체들은 마사지 노동자들의 임금이 '영업비밀'이라며 밝히는 것을 꺼렸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동질적인 집단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아시아계 내부의 경제적 불균형은 어느 인종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퓨리서치센터가 2018년 발표한 조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간 소득 격차는 10.7배에 달해 흑인(9.8배), 백인(7.8배), 히스패닉(7.8배) 등 모든 인종 중에 가장 컸다. 퓨리서치센터는 "아시아인들은 흑인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분열된 인종 집단 기록을 대체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