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고온다습 저기압대에서 폭우 내려…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서유럽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숱한 피해를 남긴 데에는 직접적으로 정체된 저기압 소용돌이의 영향이 작용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기상 전문가들은 '베른트'로 알려진 정체된 저기압대가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에 집중적이고 연속적인 폭우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저기압대가 품은 습기와 고온이 작용해 폭우로 이어진 셈이다.

폭우로 인한 주택 침수와 급류로 독일에서만 최소 6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고, 벨기에에서도 적어도 11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뿐만 아니라 자동차 침수 등 물적 피해도 막심했다.

벨기에 리에 지역에서는 물이 성인의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다.

영국 런던에도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일어난 것도 베른트로 인한 여파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런던에서는 몇 시간 만에 강수량이 100㎜에 달했다.

영국 기상청 관계자는 "주변 지역 기상이 영국 상공에 영향을 미쳐 집중적인 소나기의 원인이 됐다"면서 "열과 습기가 집중 호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상학자들은 독일이 며칠 동안 집중 호우로 범람이 일어나 건물에 피해를 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학자들은 독일 서부와 중부 지역에 최고 강수량이 20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기상청은 독일이 여전히 베른트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 주에는 독일 서부 지역이 예년의 날씨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유럽 지역 폭염과 폭우의 궁극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기후변화로 유럽 대륙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이변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 환경과학단체인 버클리 어스에 따르면 유럽에서 300년 전 기온 기록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가 가장 더운 해였다.

지금까지 가장 더운 해 10년 중 8년이 지난 10년간에 포함됐다.

유럽 대륙의 평균 기온은 20세기 초와 비교해 섭씨 2도 정도 올라갔다.

따뜻한 공기는 습기를 더 품게 되고 폭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취리히 공대는 최근 연구를 통해 지난 198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유럽에서 폭우가 내리는 날이 이전 30년과 비교해 45%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폭우로 인한 홍수와 해수면 상승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같은 저지대 지역에 위협이 되고 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1900년 이후 20㎝ 정도 상승했는데, 해빙이 더 빠르게 진행되면서 21세기 말에는 80㎝ 정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유럽에서는 1950년대 이후 가뭄이 늘고 있고 여름에 강물 수위가 낮아지는 현상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잦아진 산불은 기온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매체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홍수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면서 "홍수에 대비해 준비를 더 잘해야한다"고 말했다.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