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인 호떡 가게'넘버원 팬케이크'이전 앞둔 마지막 영업 문전성시

[목요화제]

 현지 언론 이민 1세대 임성권씨 인간승리 대서특필
 다른 지역 이전소식에 손님들 아쉬움 800개나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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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인 입에 맞게 식감, 메뉴등 개발 거듭 위기 극복
"시행착오 이민 생활 20여년, 성공 비결은 '가족의 힘'"

  
"(미국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온 줄 알았다."

최근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 도심에 있는 한인 호떡 가게에 수많은 고객이 몰린 모습을 두고  라디오 뉴질랜드(RNZ)와 뉴스허브 등 현지 언론이 전한 말이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영업해온 릫넘버원 팬케이크릮가 이전을 앞두고 마지막 영업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를 아쉬워한 단골들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인기 호떡을 빚은 주인공은 이민 1세대인 임성권(60) 씨 가족이다. 임씨 가족은 가게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서 오클랜드 북부에 있는 알바니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 이날 오클랜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다.

임 씨는 "낯선 곳에서 막막함과 불안함에 떨던 시기에 열었던 가게"라며 "아들들과 아내의 도움 없이는 여기까지 버티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지막 영업일인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넘버원 팬케이크에서 팔린 호떡은 800개가 넘는다. 오클랜드 기술대학(AUT) 등 큼직한 캠퍼스가 밀집된 곳이라 방학 때마다 굴곡은 있지만 보통 하루 200개는 너끈히 나간다고 한다. 입소문을 타고 오클랜드 공항에 비치된 관광 가이드북에 실리며 해외 관광객도 몰렸다.

대박의 비결은 '한국식 소통'에 있다고 임 씨는 자평했다. 2010년께 본격적으로 영업에 들어가면서 만나는 손님마다 '맛은 어떤지,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물어봤다.

"처음부터 고객이 몰리지는 않았어요. 가게를 찾는 이들을 붙잡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냈죠. 우리와는 달리 쫀득쫀득한 식감을 싫어한다고 해서 반죽을 개선했고, 호떡 소는 현지인이 선호하는 것으로 개발했죠. 인기 메뉴인 '레몬 슈가'와 '단팥 치즈'가 그렇게 나왔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가족이 없었다면 사업을 이끌고 갈 수 없었다. 이민 1세대인 임 씨가 겪을 수밖에 없던 언어 문제는 장남인 데이비드 씨와 차남인 조너선 씨가 아니었다면 해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신혼이던 1994년 함께 이민해 지금까지 곁에서 응원해 준 아내 박정화(57) 씨도 빼놓을 수없다.

임 씨는 "몇 년 전 심장이 안 좋아 병원 신세를 지면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가족의 힘으로 버텨냈다"며 "가족이 똘똘 뭉쳐 일궈낸 '패밀리 비즈니스'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아들들이 고안해낸 SNS와 인터넷 아이디어로 배달과 비대면 판매를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임 씨 가족은 가게 이전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새로 가게를 차리는 곳이 중심가는 아니지만 한인이 제법 모인 주택가 지역"이라며 "이전보다 더 넣은 공간을 확보해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마지막 영업 번돈
자선 단체에 기부

혈기 넘치던 30대 초반 인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이민을 떠난 것이 벌써 20년이 훌쩍 넘는다. 그동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몰라 부동산 중개업과 투어 가이드, 직장인 등 많은 일을 해왔다.

그는 "현지인들에 '한국 사람은 음식도 잘하고 사업도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자고 항상 되뇌이면서 장사를 했다"며 "자식들에게는 '엄마·아빠가 고생도 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렇게 잘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씨는 "그동안 함께 했던 지역주민과 손님들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영업 마지막 날 올린 매출 전액 3천836달러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호떡 가게 '넘버원팬케이크' 주인 임성권씨 가족.


영업 마지막날 가게앞에 손님들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게 늘어선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