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이 "돈을 갖고 튀어라"

[덴마크]
미술 작가, '적은 제작비'에 항의 표시
미술관측 "계약 위반"이라면서도 전시

덴마크 미술관에서 예술가에게 작품 의뢰 비용으로 8만 달러가 넘는 값을 지불했는데, 그림이 없는 텅 빈 액자(사진)만 전달받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27일 블룸버그통신과 아트넷 등에 따르면 덴마크 올보르에 있는 쿤스텐 현대미술관은 덴마크 출신 예술가 옌스하닝(57)에게 ‘덴마크·오스트리아 국민의 연평균 수입’에 관한 전시용 작품 두 점을 의뢰했다.

이에 하닝은 실제 지폐가 들어간 작품을 구성하기로 했고, 미술관은 2개 작품의 제작비 등을 포함해 8만4000달러(약 1억 원)를 하닝에게 보냈다. 

그러나 쿤스텐 현대 미술관은 하닝으로부터 작품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받은 뒤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상자에는 오직 두 개의 빈 캔버스만 들어있었으며 애초 만들기로 얘기됐던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 하닝은 이 캔버스에 ‘돈을 갖고 튀어라’(Take the Money and Run)라는 이름을 지었다.

해당 작품을 건네받은 미술관 측은 하닝에게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닝은 자신이 작품 제작비로 받은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닝은 현지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절도가 아니라 계약 위반이고, 계약 위반은 이번 작품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쿤스텐 현대 미술관 측이 너무 적은 돈을 제작비로 보내 이번 (빈 캔버스)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닝은 의뢰받았던 두 작품을 원래 의도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돈 460만원이 더 필요했다며 "만약 형편없는 직장에서 돈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일하기 위해 자신의 돈을 써야 한다면 (돈) 상자를 가지고 도망가라"라고 조언했다.

쿤스텐 현대 미술관은 하닝이 보낸 빈 캔버스 작품을 일단 지난 24일 개막한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선보였다. 다만 오는 1월에 전시가 끝나면 계약서에 명시된 돈을 돌려받을 것이며 하닝이 이를 거부할 시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