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운영사·해안경비대 제기…"피해 규모 몇 주 지나야 파악"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해상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의 원인으로 선박의 닻이 송유관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4일(현지시간) 관계당국이 배의 닻이 기름 파이프라인을 때리면서 기름 유출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해안경비대(USCG)는 이를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고 송유관의 소유업체인 '앰프를 리 파이 에너지'의 마틴 윌셔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닻이 송유관을 타격한 것이 두드러지는 가능성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윌셔 CEO는 "송유관 2.44㎞ 이상을 조사한 결과 각별히 관심을 끄는 한 구간이 있었다"며 지금까지는 원격제어 장비를 이용했는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잠수사들을 내려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윌셔 CEO는 "앞으로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이라며 "이번 사고의 발원지와 원인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LAT는 관리들을 인용해 로스앤젤레스(LA)나 롱비치의 항구로 가는 화물선들이 이번 유출 사고가 난 구역을 자주 통과한다고 전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는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을 따라 많은 컨테이너선이 입항하기 위해 대기하며 정체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제의 송유관은 LA 남쪽의 롱비치 항구에서 연안의 석유 굴착장치 '엘리'까지 약 27㎞에 걸쳐 이어지는 것으로, 이번 사고로 약 3천배럴(약 47만7천L)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결과 롱비치 항구에서 남동쪽으로 약 22㎞ 떨어진 헌팅턴비치에서 라구나비치에 이르는 해상에 대규모로 기름띠가 형성됐다.

USCG에 따르면 기름띠로 뒤덮인 구간은 약 33.7㎢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10배가 넘는다고 CNN은 전했다. USCG는 3일 밤까지 약 1만1천900L의 기름을 제거했다.

유출 사고로 헌팅턴비치의 일부 해변은 폐쇄됐고, 헌팅턴비치시가 속한 오렌지카운티는 주민들에게 해안에서 여가 활동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또 라구나비치도 해변을 폐쇄했고, 뉴포트비치는 주민들에게 바닷물과의 접촉이나 기름에 오염된 해안을 피하라고 권유했다.

환경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CNN은 전했다.

오렌지카운티의 행정책임자인 카트리나 폴리 감독관은 앞으로 몇 주 더 지나야 피해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름 유출 피해를 본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단체들의 연합인 '캘리포니아 기름 오염 야생동물 돌봄 네트워크'의 마이클 지카디 박사는 초기 평가 결과 피해를 본 조류의 수가 우려했던 것보다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기름에 오염된 새는 4마리만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카디 박사는 "현재로서는 피해를 본 동물의 수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