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서 가장 건조 아타카마 사막, 전세계서 유입 중고의류로 거대 ‘옷 무덤’

[칠레]

연 5만9천톤 유입, 이중 3만9천톤 씩 쌓여

재활용에 한계, 생분해 안돼 매립도 불가능

30년간 美 의류 생산 5배, 평균 7번 입어

“패스트 패션 세태 지구환경 악화 부추겨”

입다가 너무 헐었거나, 싫증나거나, 작아져서 버린 옷들, 과연 이 옷들은 어디로 갈까.

“당신이 몇 번 입다 버린 중고 의류가 칠레 사막에 거대 ‘옷 무덤’을 만들었다”고 AF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 아타카마 사막이 전 세계에서 버려진 옷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칠레 북부 이키케 항구에는 매년 5만9000t의 중고 및 재고 의류가 들어온다. 중국이나 방글라데시 등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 유럽과 아시아, 미국 시장을 거쳐 버려진 헌 옷이다. 그러나 실제 헐고 낡은 옷은 별로 없고 몇 번 입다 만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키케 항구에서 1800㎞나 멀리 떨어진 산티아고에서 온 의류상들은 이 중 상품성이 있는 제품을 추려 중남미 다른 국가로 밀반출한다 .

그러나 그러고도 남은 3만9000t의 중고의류는 항구와 인접한 아타카마 사막 일대에 그대로 버려진채 남아있다. 관세가 필요 없는 자유무역지역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렇게나 널린 중고의류 탓에 아타카마 사막은 그야말로 ‘옷 무덤’이 됐다. 인근 주민이 산처럼 높은 옷 무덤에서 쓸만한 걸 뒤져 입거나 내다 팔고 있지만, 옷 무덤은 줄어들지 않는다. 현지 재활용업체가 중고의류로 공책이나 가방, 실을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다.

쓰레기로 방치된 중고의류는 생분해되지 않아 함부로 매립할 수도 없다. 의류 대부분이 화학 처리가 돼 있어서 합법적 매립은 불가하다. 화학약품 처리가 된 합성 의류가 버려진 타이어나 플라스틱만큼 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막 한가운데 산처럼 쌓아 두면 대기 중으로, 땅에 묻으면 지하수로, 중고의류는 오염 물질을 방출한다. 땅에 묻는다 해도 썩는데 200년이 걸린다.

게다가 지구상 가장 건조한 기후로 미생물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아타카마 사막은 몇 천 년 전 죽은 동식물까지 부패하지 않고 햇빛에 구워진 채로 남아있는 곳이다.

처치 곤란 중고의류는 사실 그 탄생부터 지구엔 애물단지였다. 2019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들어가는 물은 7500ℓ에 달한다. 물을 물 쓰듯 한다는 한국인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 287ℓ와 비교하면 엄청난 양이다. 청바지 3000벌 안 만들면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전체 인구가 하루는 물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유엔은 의류 및 신발 생산이 전 세계 물 낭비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8%도 의류 및 신발 생산 책임이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빠르게 옷을 만들고, 몇 번 입었다가 대충 버리는 ‘패스트패션’ 추세가 됐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4년 사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2배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새로 산 옷을 대충 입다가 버리는 세태다. 지난 30년간 미국인이 구매한 의류량은 5배 증가했으나 착용 횟수는 평균 7번에 불과했다.

칠레 현지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패스트패션 광고가 세계 환경을 더 빠른 속도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