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 작심비판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어…컨트롤타워 부재, 매우 어렵다"

"향후 서너 주가 마지막 시간…천막 당사 심정으로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정수연 기자 = 여권의 대표적인 '책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려온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17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비공개 간담회에서 "저쪽(국민의힘)과 너무 대비된다"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고 동석했던 신현영 의원이 전했다.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거침없는 작심비판으로 내부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 "당 상황 매우 엄중…선대위, 희한한 구조"

양 전 원장은 이성복 시인의 시 '그 날'의 한 대목인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문구를 소개하며 "우리 당 현실을 한 마디로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의원들의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 하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대선이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한다. 탄식이 나온다"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을 두고도 "희한한 구조, 처음보는 체계다. 매우 우려스럽다"며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다. 명확한 의사결정구조를 못 갖춘 비효율적 체계"라고 비판했다.

또 "주특기와 전문성 중심의 전진배치가 아니라 철저한 선수 중심의 캠프 안배 끼워맞추기"라며 "천금 같은 한 달의 기간을 인사안만 짜다가 허송했다"고 일갈했다.

양 전 원장은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고 중심을 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 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전체가 '해현경장(解弦更張·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조임)'해야 겨우 이길까 말까"라고 했다.

또 "현재 우리 당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앞으로 서너 주가 향후 석 달을 좌우한다. 그 석 달이 향후 5년을 좌우한다"고 했다.

다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전열을 정비하고 비장하게 마음을 먹으면 우리 당이 저력이 있고 국회의원 170여명과 광역·기초 조직과 기반은 훨씬 탄탄하다. 향후 서너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선대위에 컨트롤타워, 책임과 권한이 모호하다"며 "비효율적인 체제를 빨리 개선을 해야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중도층 확보 전략 부족…의제·이슈 선점 못해"

양 전 원장은 현재 당의 선거전략에도 "후보 확정 후에는 과감한 중원 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우리 쪽 의제는 전혀 중도층 확보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며 "두세 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러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주요 의제로 코로나, 경제, 미래 등 세 가지를 꼽으며 민주당이 여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코로나 의제와 관련해 "우리도 저쪽도 그랜드디자인을 종합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우수한 편인데도 우리 당이 이슈 선점을 못했다"고 했다.

경제·미래 의제에는 "우리 후보가 강점을 띠는 분야인데 한 달 먼저 후보를 확정하고도 선점 못한 것이 뼈아프다"며 "담대한 비전이 준비돼 있음에도 프레임 전환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지금 제도 하에서는 5년 단임 대통령에 대한 피로도와 심판 여론이 임기 말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누구도 피할 수 없다"며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을 다 겸비한 초인이 설사 등장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른 대선 이후의 과제로 "단 5년만이라도 정치적 휴전을 하고 초당적 협력 실험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집권해도 통합형 협치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민의힘이 집권할 경우 더더욱 그렇다. 범진보가 190석인데 계속 대결적 정치구도로 가면 그쪽은 식물 대통령, 식물 정부가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를 전후해서도 기자들과 만나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오늘 고민을 나누고 싶은 게 그 대목"이라며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선하는 건 앞으로 시간은 충분하니 아직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여론조사 흐름을 면밀히 참고만 하되, 일희일비하면 착시가 생긴다"며 "그보다 더 큰 위기는 우리 안에 있고, 답도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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