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간호사들 온몸으로 파편 막아 노인들 보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초강력 토네이도가 휩쓴 미국 중부의 피해 현장이 수습되면서 목숨을 걸고 남을 구한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칸소주 모네트 매너 요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바바라 리처즈(57)는 10일 저녁 요양원 창문 밖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토네이도를 발견했다.

토네이도는 요양원에 입주한 고령의 노인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킬 시간이 없을 만큼 빠르게 접근했다.

그는 노인들을 황급히 불러 모아 베개로 머리를 가리게 하고 매트리스로 창문을 단단히 막았다.

토네이도는 여지없이 요양원을 강타했다.

그는 "토네이도가 바로 건물 창문을 날려버렸다"며 "건물 안에서 회전하는 토네이도가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떨어지는 잔해를 휠체어에 탄 노인들이 맞지 않도록 온몸을 던졌다고 한다. 어떤 간호사는 날아다니는 건물 파편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토네이도로 스프링클러가 터지면서 여든이 넘은 노인들도 물에 흠뻑 젖었다.

리처즈는 노인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토네이도 속에서 다 같이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자고 소리쳤고 토네이도가 요양원을 통과하며 건물을 파괴하는 동안 이들은 함께 찬송가를 불렀다.

같은 시간 소방관 숀 낸스(47)는 지역 소방서장과 함께 토네이도가 요양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낸스의 할머니는 물론 아내의 할머니도 입주해 있었다.

낸스와 소방서장은 요양원으로 차를 몰았고 그곳에서 토네이도를 쫓아 온 청년 2명과 만났다. 이들은 무너진 요양원 건물에 달려들어 부상자를 구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날 비번인 간호사들이 도착해 요양원에 있던 노인 67명과 직원들의 명단을 만들었고, 지역 주민도 합류해 구조 활동에 나섰다. 그 결과 80대 남성 한명을 제외하고 요양원에 있던 사람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켄터키주 메이필드시의 양초공장에선 당시 작업 중이던 재소자들이 필사적인 구조 활동을 펼친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이 공장에는 인근 그레이브스 카운티 교도소 수감자 7명도 일하는 중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무사했지만 달아나지 않고 현장에 남아 다른 이를 구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현장에서 구조된 공장 직원 카야나 파슨스 페레즈는 NBC방송에 "그들은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곳에 남아 열심히 남을 도왔다"고 말했다.

이들 재소자는 이 사고로 가벼운 상처를 입었고, 치료받은 뒤 다시 교도소로 이송됐다.

양초공장 생존자들의 기적 같은 생환 이야기도 나왔다.

ABC 방송에 따르면 토네이도가 덮치던 당시 이 공장에는 약 110명이 일했다.

다코다라고 이름을 밝힌 한 공장 직원은 "당시 우리는 공장 뒤쪽 화장실에 있었다"며 "토네이도가 공장을 강타하자 나는 '엎드려'라고 외쳤고, 세면대 아래로 사람들을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토네이도가 지나간 후 우리는 탈출하기 위해 땅을 팠다"며 "우리는 공장에서 탈출한 뒤 폐허 속에 남은 다른 사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라며 "긴급 구조대가 곧 도착해 합류해 구조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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