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성관계 갖고 정자기증 받아 겨우 임신했는데…

[일본]

SNS로 만난 기증자 알고보니 중국인 기혼자

출산 후 정신적 충격, 아이 시설 맞기고 고소

일본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정자 기증’ 문제를 놓고 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최근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SNS로 알게 된 남성에게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정자 기증자가 국적과 학력 등 인적사항을 허위로 알려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 거주 30대 기혼자로 알려진 이 여성은 지난해 도쿄지방법원에 정자 기증자를 상대로 약 3억3000만 엔(약 3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장에 따르면, 여성은 남편을 비롯해 남편과의 사이에서 10여 년 전 태어난 첫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부부는 둘째 아이를 원했지만, 남편에게 유전성 난치병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여성은 2019년부터 SNS상에서 정자 기증자를 찾았다. 일본에서는 SNS를 통한 정자 기증이 활발해 지원자를 찾기 쉽다. 여성은 실제로 지원자 15명과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주고 받고 그중 5명과는 직접 만나 면담까지 했다.

여성은 태어나게 될 아이가 도쿄대를 졸업한 남편과 가능한 한 차이를 느끼는 일이 없도록 남편과 동등한 학력을 지닌 기증자를 희망했다.

여성은 최종 후보로 SNS 계정에 키·몸무게·혈액형 외에도 20대, 대형 금융기관 근무, 교토대졸 등 상세한 자기소개를 기재한 남성을 택했다.

여성은 2차례 면담을 가진 남성이 교토대를 나온 대기업 사원임을 확인하고 정자 기증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후 여성은 제공자와 성행위를 통해 직접 정자를 제공받는 ‘타이밍법’을 대략 10회에 걸쳐 시도했다. 그 결과 여성은 2019년 6월 임신할 수 있었다. 여성은 처음에 아기가 생긴 것을 기뻐했다. 그러나 상황은 몇 달 만에 급변했다.

여성이 믿고 있던 교토대 졸업, 독신, 일본인이라는 정자 기증자의 인적사항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남성은 사실 중국 국적으로 교토대와 다른 일본의 국립대를 졸업했고 심지어 기혼자였다.

끔찍한 사실을 알게됐지만 이미 임신 후기였던 여성은 다음해인 2020년 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여성은 심각한 수면 장애에 시달리고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겪었다. 이 때문에 도쿄도청은 “여성의 심신 상태로는 아이와 함께 살수 없다”고 판단하고 아이를 아동복지시설에 맡기도록 했다. 그후 여성은 지난해 말 정자 기증자를 고소했다.

여성 측은 “남성이 성적 쾌락을 얻는 등의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전하고 있었다”며 “원하는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 상대와의 성관계와 이에 따른 임신, 출산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아버지가 될 남성을 선택하는 자기 결정권이 침해됐다며 정자 기증을 둘러싼 자신과 비슷한 피해자가 나오는 사례를 막기 위해 소송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제3자의 정자나 난자로 태어난 아이가 현재까지 약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개인 간 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어 정자를 기증한다는 SNS 계정이 급증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