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방송진행자 우피 골드버그 "'인종' 아닌 '비인간성' 문제"

유대인 단체 "유대인의 트라우마와 고통 경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방송 진행자 우피 골드버그(66)가 홀로코스트를 '인종차별' 문제가 아닌 '비인간성'의 문제라고 주장했다가 유대계의 맹공을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31일 보도했다.

폭스뉴스·CNN·더힐 등에 따르면 abc방송의 인기 토크쇼 더뷰를 진행하는 골드버그는 이날 방송에서 동료 진행자 조이 베하가 "유대인은 별개 인종으로 간주된다"고 말하자 "솔직해지자, 홀로코스트는 인종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베하가 "인종 문제가 아니면 뭔가"라고 묻자 골드버그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비인간성'(영국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구 인용) 문제다. 인종 불문하고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종 차별로 보면 문제를 오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는 이날 방송에서 테네시주 맥민카운티 교육청이 유대인 작가 아트 슈피겔만의 책 '쥐'(Maus)를 부적절한 표현 등을 이유로 교과 과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대한 의견을 나누다 이 발언을 하게 됐다.

'쥐'는 만화 형식으로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으로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방송 뒤 유대계는 골드버그 발언에 대한 반감을 표하며 abc방송국에 골드버그를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홀로코스트는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에 의한 것이다. 나치는 유대인을 비인간화하고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려고 인종차별적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이용했다"며 "홀로코스트 왜곡은 위험하다"고 반발했다.

스톱 안티세미티즘(StopAntisemitism)도 "감히 우리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경시하다니. 나치가 우리를 열등한 인종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600만 명이 가스와 굶주림과 학살에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유대인 단체 스탠드위드어스(StandWithUs)도 "홀로코스트는 여러 요인에 의해 빚어졌으며 그중 하나가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인종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유대인연합의 정치 디렉터 샘 마크스타인은 "골드버그는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떠든 것 같다. 히틀러와 나치는 유대인을 열등한 인종, 무가치한 생명으로 여겨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라며 "방송을 포기하고 원래 하던 대로 흥행에 실패할 영화에나 출연하라"고 비난했다.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