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토, 동유럽 전력 증강…우크라 직접 군사개입은 신중

러 크림반도 합병 당시도 경제 제재만…군사적 충돌 회피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장악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군 투입을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수순을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경제·금융 제재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을 눈앞에 둔 상황이지만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는 신중하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하고 침공을 위협해왔다. 이에 대항해 서방은 동유럽 나토 동맹국의 전력을 급속하게 증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은 파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2억 달러(약 2천400억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승인하고 대전차 재블린 미사일을 비롯해 무기와 탄약, 의료품, 개량형 포탄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영국은 경량 대전차 방어무기 시스템을 지원하면서 소규모 교관이 단기간 체류하면서 무기 훈련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비살상 군용 장비와 훈련 교관을 우크라이나로 보냈다.

네덜란드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소총, 탄약 등 군사 장비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한계를 두는 것은 러시아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피하려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기로 약속하고 우크라이나와 협력관계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나토는 좀처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당분간은 가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러시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과 관련 "나토의 확장은 계획되지 않았고 논의되지도 않고 있으며 현안에도 없다"고 못박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강화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아직 집단안보 원칙을 규정한 나토 헌장 제5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아도 나토가 자동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인접한 동유럽 국가에는 군사장비와 함께 전투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3천명을 추가로 폴란드에 파견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배치된 82공수사단 병력 1천700명을 더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폴란드에 4천700명을 추가 배치한다.

또한 독일에 주둔 중이던 미군 1천명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한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됐다. 루마니아에는 기존에 미군 9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영국은 폴란드에 수백명의 군인을 파견할 예정이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도 리투아니아에 추가 병력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장장관 회의는 동유럽에 신규 나토 전투 병력 배치를 포함, 나토의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강하기로 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유럽에서 '뉴노멀'이 됐다면서 나토 동맹 동부 지역의 방위력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신규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도 나토군 주둔 후보지로 거론된다. 프랑스는 루마니아에 전투부대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나토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에 이미 배치된 5천 명 규모의 병력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투입하기로 하자 미국은 동유럽에 F-35 전투기와 AH-64 아파치 공격 헬기를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은 또 발트해 지역에 보병 80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독일과 영국도 리투아니아 등 발트국가에 추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EU 등 서방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군사적 대응은 자제했다.

그 이후 나토는 동유럽 동맹국에 대한 전투병력 배치를 본격화했다. 나토는 현재 발트 3국과 폴란드, 그리고 루마니아에 다국적군 병력을 두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2014년 당시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사실상 나토의 동진(東進)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