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보고서, 실세계 발생가능한 문제 다뤄…"가장 정치적으로 민감"

"1.5도 오르면 금세기 후반 육상생태계 14% 멸종위험·수산자원 15.5%↓"

"도시 3.5억명 물부족 가능성…폭우·홍수·폭염 등 극한 기상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온난화로 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앞으로 식량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나왔다.

수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수십억 명이 전염병에 위협당할 것으로도 예상됐다.

IPCC는 한국시간으로 28일 오후 8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27일 진행된 제55차 총회와 제12차 제2실무그룹(WG2) 회의에서 '제6차 평가보고서 WG2 보고서'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영향과 적응 그리고 취약성'(Impacts, Adaptation and Vulnerability)이란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67개국 과학자 270명이 작성했고 IPCC 195개 회원국 대표단이 한줄 한줄 검토했다.

정책결정자들에게 '과학에 근거한 기후변화 평가'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자 1988년 설립된 IPCC는 현재 6차 평가보고서를 발간하는 중이다.

IPCC는 작년 8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2040년 이전일 것'이란 내용의 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를 승인·채택했다.

6차 평가보고서 제3실무그룹(WG3) 보고서와 종합보고서(SyR)는 오는 3월과 9월 각각 승인·채택될 예정이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식량부족 가능성 등 기후위기로 실세계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번 WG2 보고서가 '가장 정치적으로 민감한 보고서'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 "1.5도 오르면 금세기 후반 3~14% 멸종위험…도시 3.5억명 물부족"

정책결정자용 요약본과 우리나라 환경부 요약을 중심으로 WG2 보고서 주요내용을 살펴봤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심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켰다면서 세계적으로 생물종 절반이 서식지를 고위도·고지대로 옮겼다고 밝혔다.

또 식물 3분의 2의 생육시기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1.5도 오르면 이번 세기 후반(2041~2100년) 육상 생태계 전체 종의 3~14%가 매우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도 상승 폭이 3도면 매우 높은 멸종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큰 종이 3~29%, 5도면 3~4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작물생산-축산 지역이 2050년까지 10%, 2100 년까지 30% 이상 기후적으로 부적합한 지역이 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RCP 8.5 시나리오)엔 이번 세기 후반 수산자원 5.7~15.5%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극한 기상현상 빈도와 강도 증가·심화를 포함한 기후변화는 식량과 물 안정성을 감소시켰다"라면서 "농업 생산성이 전반적으론 높아졌지만, 기후변화로 향상이 둔화해왔고 해양 온난화와 산성화는 어업과 양식업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식이 다양성(diet diversity)이 감소해 식량 접근성이 악화하고 생산량이 갑작스럽게 줄면 많은 국가에서 영양실조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 부족도 우려됐다.

지구 온도가 1.5도 오르면 도시인구 3억5천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온도 상승 폭이 2도면 물 부족 도시인구는 4억1천만명으로 6천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많은 지역에서 더 자주 폭우가 내리고 그 강도가 강해지면서 연 강수량이 증가하고 지역 간 강수량 편차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빙하가 녹는 속도가 1950년과 2000년 사이 1.5~2배 빨라졌다고 평가하면서 해수면 높이가 작년에 견줘 0.15m만 높아져도 인구의 20%가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규모의 연안 홍수(coastal flood)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 "최대 26억명 전염병 노출"…인류 직접 위협 전망

보고서엔 기후변화로 인류의 건강이 직접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담겼다.

보고서는 이번 세기 후반 16억~26억명이 수인성 감염병이나 전염병 등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모기가 매개체인 뎅기열과 관련해선 "(유행하는) 계절이 길어지고 지리적으로 더 넓은 지역에서 확산할 것"이라면서 "아시아, 유럽, 중남미,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금세기 말까지 수십억 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아동, 청소년, 노인, 기저질환자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지구 온도가 1.5~2도 오르면 17억명이 '심각하게 더운 환경', 4억2천만명이 '극한의 폭염', 7천만명이 '이례적으로 더운 환경'에 5년마다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사회발전이 더디고 온실가스를 감축하지도 못한 경우'(SSP4 시나리오)엔 7억명이 극한의 빈곤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담겼다.

◇ 기후변화에 적응·대비해야…통합적인 계획 필요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 평가·경고와 함께 이에 '적응'할 필요성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피할 수 없는 재앙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보고서는 "모든 지역과 분야에서 기후변화 적응하려는 노력이 늘었고 최소 170개국에서 기후변화 정책에 적응을 포함하고 있다"라면서도 적응정책 대부분이 규모와 분야를 한정해 단기적인 위기를 해결하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는 등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키는 '오적응'(maladaptation)이 많은 지역과 분야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으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유연한 계획을 마련하고 통합적인 계획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PCC 6차 보고서는 각국 기후변화 정책에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와 내년 파리기후협정 이행점검(1st Global Stocktake) 등 국제사회가 기후변화를 논의할 때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이번 보고서를 향후 기후변화 적응대책과 아시아지역 적응역량 강화 지원사업 등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