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서로 비인도적 무차별 살상 주장…여론전 일환?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러시아 양측이 서로를 향해 '진공폭탄', '백린탄' 등 금지된 무기를 사용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양측의 진실 공방이 확산할 조짐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군이 주거지에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며 이는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열압폭탄(Thermobaric Bomb), 기화폭탄(Fuel-Air Explosive)으로도 불리는 진공 폭탄은 먼저 미세한 연료 구름을 퍼뜨리고, 이 구름을 폭발시켜 열과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연료 구름이 폭발할 때 주변 산소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진공 폭탄'으로 불린다.

진공폭탄은 상대 병력뿐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무차별적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지탄을 받고 있다.

실제 러시아가 이 무기를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제2 도시 하리코프 등에서 목격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일 소셜미디어에서 "야만적인 러시아 미사일이 하리코프의 자유 광장과 주거지를 공격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분노 때문에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러시아를 더욱 압박해야 한다.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어 피해를 키우는 집속탄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고르 코나셴코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금지된 '백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맞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키예프 외곽의 고스토멜 비행장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백린탄을 대규모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친러 반군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도 1일 도네츠크 인근 하르트시즈스크에 로켓포가 떨어졌으며, 이 무기에서 백린(白燐) 성분으로 추정되는 백색 가루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DPR 측은 이 무기가 어디서 발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백린을 원료로 사용하는 백린탄은 가연성이 매우 큰 파편을 뿜어낸다. 이 파편이 인체에 닿으면 극심한 고통을 일으키고 소화도 쉽지 않다. 연기를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제네바 협약에 따라 살상용으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금지 무기 사용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이런 공방은 상대방이 비인도적인 무차별 살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개전 초기 여론전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리아 내전 당시에도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SNS를 통해서 피부가 벗겨진 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아동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 상대편이 독가스 등 화학무기를 썼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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