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맨몸으로 탱크 막고 화염병 제조 투척…칼과 망치 들고서라도 결사항전 의지

[뉴스포커스]

여성 3만 5천명 등 총 13만명 민병대 자원
하늘 찌르는 기개…주춤하는 러시아 공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나흘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결사항전의 태세로 러시아군에 맞서고 있다. 칼이나 망치를 들고서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침공 전부터 조직되어온 민병대 규모가 13만 명에 이른다. 러시아가 곧 수도 키예프를 함락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쉽지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않다. 

 

 

드레스 벗고 전투복 '미스 우크라'

러시아의 침공 사태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원 입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인대회 출신 여성이 드레스 대신 전투복을 입고 총을 들었다.
지난 2015년 24세 나이로 미인 대회에서 '미스 그랜드 우크라이나'로 뽑혔던 아나스타시아 레나가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합류했다.
레나는 '미스 그랜드 우크라이나'로 뽑힌 뒤 터키에서 홍보 매니저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이어지자 다른 국민과 함께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군에 자원 입대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스 그랜드 우크라이나'로 활동할 당시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치장을 했던 사진 대신 총을 들고 무장한 모습을 올린 그는  "침략을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모든 사람은 죽을 것"이라며 러시아 군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까지 레나처럼 우크라이나 방위군에 자원입대한 여성은 3만 5000여 명에 이른다.

'복싱 영웅' 키예프 시장 "조국 수호"

복싱 스타 출신으로 키예프 시장이 된 비탈리 클리치코도 도피를 거부하고 조국 수호의 선봉에 섰다. 
그는 지난 27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도주의적 재앙의 경계에 있다"며 항전의지를 밝혔다. 클리치코 시장은 키예프에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파괴공작원을 색출하기 위해 지난 26일부터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이날 러시아 파괴공작원 6명을 사살했다.
2014년에 당선된 비탈리 시장은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우크라이나 전설의 헤비급 복싱 챔피언 출신이다. 지난 1999년 세계복싱기구(WBO)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이후 2004년에는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 차례 은퇴 후 2008년에 WBC 헤비급 타이틀을 탈환했다. 통산 45승(41KO) 2패의 전적을 자랑한다.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츠코도 최고의 복서 중 한 명이었다.

그밖에도 지난 25일 러시아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막아선 남성이 주목을 받았다. ‘Z’ 기호가 적힌 러시아 군용차량 수십 대가 줄지어 이동하는 가운데 그는 홀로 도로 한복판에 뛰어들어 탱크를 막아서며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맨손으로 지뢰를 옮기는 대담무쌍한 시민도 포착됐다. 27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베르단스크시의 한 남성은  다리 밑에서 발견한 지뢰를 손으로 들어 도로 건너편 들판으로 옳겼다. 다른 시민의 안전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행동이었다.

러시아 기갑부대의 진군을 늦추기 위해 자폭을 택한 우크라이나 장병도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병대 공병인 비탈리 샤쿤 볼로디미로비치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 해체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졌다. 작전에 자원한 그는 다리에 지뢰 설치를 완수했지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시간이 부족하자 부대에 복귀가 어렵겠다고 연락한 뒤 자폭했다.

저명인사들도 저항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2014∼2019년 대통령에 재임한 후 반역 혐의로 해외에 있다가 지난달 귀국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25일 소총을 메고 CNN과 인터뷰를 했다. 키예프 시의회 의원 야리나 아리에바(21)는 신랑(24)과 결혼식을 한 직후 국토방위군에 함께 입대, 소총을 들고 전투에 나섰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한 맥주회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빈 맥주병으로 화염병 제조에 나섰다. 서부 도시 르비브(Lviv)에 있는 맥주회사 '프라우다 브루어리'는 벌거벗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기가 된 드미트리 메데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 이사회 부의장을 무릎에 앉힌 모습이 담은 레벨을 붙여 화염병을 제작,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런 우크라이나인의 결사항전 의지에 러시아 공세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CNN 방송은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강한 저항과 병력 공급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주환·이지연 기자
<관계기사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