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대상 아닌 여성과 아동이 대부분…국내 이동 등 포함안돼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닷새 동안 66만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유엔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밝히며, 최근 30년 사이 가장 빠른 대규모 인구이동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18∼60세 우크라이나 남성은 징집 대상으로 출국이 금지된 만큼 피란민 대다수는 여성과 아동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동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로 대피한 주민 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는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일주일간 유럽으로 들어온 난민의 최소 10배, 1999년 코소보 전쟁 발발 후 첫 11일간 유엔이 집계한 피란민의 약 2배에 해당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난민 1천200만 명이 발생했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피란민이 몰리면서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을 넘어 폴란드·몰도바·헝가리 등으로 가려면 국경 검문소에서 길게는 24시간 동안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몰도바 당국은 수개월 전부터 피란민 대응 계획을 수립했지만, 닷새간 7만명이 들어와 예상치의 2배나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역사학자인 피터 개트렐 교수는 피란 사태 발생시 초기 자료는 부정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제2차 세계대전 말미에 유럽에서 있었던 수백만 명의 피란을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유엔 측은 이번 사태로 인한 피란민이 4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고 우크라이나인들이 지금 같은 추세로 유입될 경우 유엔의 전망치를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갑작스러운 침공에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못하고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인들의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

한 30대 여성은 몰도바 국경을 넘은 직후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언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눈물을 흘렸다.

국경에는 유모차를 미는 여성, 책을 든 학생, 반려견을 안고 짐을 짊어진 사람은 물론, 몰도바 도착 직후 출산을 기다리는 임산부도 있었다.

NYT는 피란 생활이 수년간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의 '브레인' 유출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인접국들이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반이민 정서가 고조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번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에 있던 아프리카인 등은 국경을 건너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차별적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