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 "러시아 약해지길 원한다" 발언 파장

서방 지원 무기, 방어용→공격용·소련식→나토식으로 변모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생각하는 단계로 변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났다.

폴란드로 돌아온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발표했고,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앞으로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이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안다"고 말했다.

평상시 말을 아끼던 오스틴 장관도 "우크라이나는 이기려는 마음가짐이 있고 우리도 그들이 이기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길 원한다"며 "솔직히 러시아는 많은 병력과 전쟁 능력을 잃었다. 우리는 그들이 전쟁 능력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보다 놀라운 것은 미국의 태도"라며 "이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노리고 병력을 증강할 당시 미국은 방어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정도로 관여하려 했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입장이 충분히 강경하지 못하다고 비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전쟁이 제3차 대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많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의 앞날이 잘해야 1939∼1940년 핀란드와 소련의 '겨울 전쟁'처럼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핀란드는 몇 달 동안 소련군과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일부 영토를 넘겨야 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소련의 영향력 아래서 불안정한 중립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투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미국은 26일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를 위한 국방장관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는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이스라엘처럼 러시아를 비판하길 주저했던 국가들도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존에 우크라이나에 구소련 시대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동맹국들이 더 쉽게 많은 무기를 지원할 수 있도록 나토 무기를 지원하고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미 미국은 미국산 155mm 곡사포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포병 1개 분대를 훈련하고 있다. 서방의 지원도 방어무기뿐 아니라 전차나 자주포, 전투기 부품 등 공격용 무기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댄 프라이드는 "나는 '겨울 전쟁'이 우크라이나가 거둘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거둘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다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일본에 패배한 1905년 러일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빼앗긴 채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는 안정된 평화가 아닌 위험한 무장 휴전이 되리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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