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엄호 '미혼 남성'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 

[이탈리아 로마]

150년된 낡은 병영 리모델링
'여성' 염두에 둔 1인실 포함

교황청을 엄호하는 스위스 근위대에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근위병이 탄생할까.

교황청이 기존의 낡은 스위스 근위병 병영을 리모델링하면서 여성 근위병의 입영 가능성을 염두에 둔 1인실을 만들 예정이어서 시선을 끈다.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청과 스위스 근위대 측 대표단은 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바티칸 병영 리모델링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현재 스위스 근위대가 생활하는 바티칸 병영은 150여년 전 지어진 것으로 매우 낡고 규모가 작아 현대식 개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공사는 2025년 희년을 지낸 뒤 시작된다.

눈에 띄는 점은 새 병영에 개인 화장실을 갖춘 1인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근위대 관계자는 "여성 근위병 탄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며, 바티칸과 교황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단하면 여성 근위병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다.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로마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지위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점에 비춰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은 지난 3월 반포한 새 헌장을 통해 역사적으로 남성 성직자가 독식해온 교황청 부서 장관에 여성을 임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빨강·노랑·파랑 줄무늬의 알록달록한 유니폼으로 유명한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청이 보유한 유일한 군사 조직으로, 청내 치안과 교황의 안전을 담당한다.

스위스 국적을 가진 19∼30세 사이 미혼의 남성 가톨릭 신자에 키가 최소 174㎝ 이상이어야하는 등 엄격한 자격 기준을 갖고 있다.